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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막가파식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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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막가파식 정치

입력
2000.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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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공화국 시절, 체제도전에 시달리던 군부통치자들은 소위 「관계기관대책회의」라는 모임을 자주 가졌다. 이 모임에서 다루는 현안은 주로 학원 아니면 노동계 동향 등 체제에 위협을 주는 사안이 대부분이었다. 참석자 면면은 자연히 체제유지와 관련있는 안기부 검찰 경찰 등과 교육부 노동부, 혹은 사안별로 유관부서 사람들이었다. 결론은 항상 안기부쪽이 이끄는 강경노선이었고, 검찰이나 경찰의 온건론은 대세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세상이 바뀌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안기부 인사가 독직사건으로 검찰에 소환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인사의 전횡에 번번이 마음상했던 검찰에는 절호의 앙갚음 기회였다. 「이제는 죽었구나」하고 탄식했을지도 모를 이 인사는 조사실에 도착하자마자 『내 몸에 손만 대지 않는다면 무엇이든 협조하겠다』며 납작 엎드렸다고 한다. 스스로 생각해도 자신의 소위가 얻어맞을 짓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한나라당 정형근의원의 검찰소환을 바라보는 일반의 정서도 위의 경우와 별로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무엇이 두렵기에 하루에도 몇차례 말을 바꾸면서까지 검찰소환을 회피하려 했을까. 율사출신의 국회의원 신분으로도 떳떳한 자기방어가 어렵겠다고 생각해서였을까. 혹시 그도 친정(검찰)을 떠나 힘깨나 쓰는 동안 친정을 괴롭힌 일이 무척 신경쓰였던 것은 아닐까. 지난 17일 전격 출두하기까지 그가 보여준 모습에서 이런 의문이 반복된다.

■정 의원은 자신이 고소·고발한 것까지 모두 24건에 연루돼 있다. 검찰이 사건 처리에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다는 그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치자. 그러나 자신이 고소한 사건까지 묵비권으로 공권력에 대항하고, 시민집회로 지역정서를 자극하려던 행위는 분명 잘못이다. 부산시민이 아무 말이나 내뱉는 막가파 정치인의 볼모는 아니다. 지금이 좌익의 광란시대라면 자신의 행동은 우익의 백색 반동이란 말인가. /노진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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