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프강 쇼이블레 총재의 전격사임에도 불구, 독일 기민당의 비자금 스캔들이 진화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동독출신의 여성정치인 안겔라 메르켈(45)사무총장이 기민당의 차기총재로 급부상하고 있다.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테른은 최근호 커버스토리로 메르켈 사무총장의 차기총재 가능성을 거론하며 그를 기민당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보도했다. 이 잡지는 비자금 스캔들과 총재퇴진 등으로 만신창이가 된 기민당을 재건시킬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함부르크에서 출생한 메르켈은 목사인 아버지가 구동독의 브란덴부르크에서 목회를 해 동독에서 성장했다. 라이프찌히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에는 베를린에서 물리학 조교로 일했다.
1980년대 후반 동독에 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통일 운동의 선봉에 섰고 1989년 구동독총리실의 부대변인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1990년 당시 헬무트 콜 내각의 가정담당장관으로 입각했다.
당시 여성 「오씨」(Ossie·동독인을 경멸적으로 부르는 말)의 입각은 언론의 주목을 끌어 그는 일약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1994년 환경부장관을 지낸 뒤 1998년 총선에서 기민당이 기사당에 패배한 직후 사무총장으로 임명돼 당을 이끌어 왔다.
콜 전총리의 비자금사건이 터지자 당 내부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콜의 명예총재 사퇴를 강력히 주장, 이를 관철시켰다. 하지만 그가 차기 총재가 되려면 넘어야 할 벽이 아직도 많다.
개혁움직임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는 보수세력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데다 동독출신으로 급진적이라는 이미지도 「핸디캡」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차기 총재 후보들중 메르켈만한 참신함과 개혁성향을 지닌 인물이 없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가 4월 열릴 당대회에서 여성으로는 사상 처음 총재에 선출될지 주목된다.
파리=이창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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