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뚜껑이 열린 한나라당 공천의 특징은 「중진 학살, 이회창직계 전진배치, 계파 불인정, 현역 대거탈락」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표면적으로 본다면 그 충격효과 만으로도 일단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언명했던 「공천개혁」에 근접한 셈이라 할 수 있다.우선 텃밭인 영남지역에서 이총재는 김윤환(金潤煥)고문을 탈락시켰고 부산연제 출마를 고집한 이기택(李基澤)전총재대행의 요구를 묵살했다. 신상우(辛相佑)국회부의장과 문정수(文正秀)전부산시장 등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계 인사들도 배제했다. 영남지역에서 자신을 제외한 어느 누구의 영향력 확대도 용납지 않겠다는 의지표현이다.
김고문과 이전대행은 그들이 직·간접적으로 밀었던 후보들조차 대부분 탈락, 무장해제된 상태나 다름 없게 됐다. 정치적 영향력이 미미하긴 했으나 일정한 상징성을 지닌 조 순(趙 淳)명예총재 역시 유일 계보원도 챙기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는 이총재가 자신을 제외한 어떤 계파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을 선언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중진의원들의 대거 탈락은 개개사유와 상관없이 개혁 이미지 유발 효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공천신청자중 현역의원 탈락 숫자가 모두 24명(공천 미신청 의원 19명은 별도)으로 그리 많다고 할 수 없지만 굵직굵직한 다선의원들이 상당수 포함됨으로써 유권자들의 「바꿔」욕구를 수용한 것처럼 비치게 됐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의 이총재계 전진배치는 총선이후의 친정체제 구축 시도와 맞닿아 있다. 측근중에선 고흥길(高興吉)특보와 진 영(陳 永)변호사만 공천을 받았지만 오세훈(吳世勳) 원희룡(元喜龍)변호사 등 범 386세대 영입파는 어차피 이총재 직할부대로 편성될 수 밖에 없다. 이는 이총재가 총선이후 자신의 대선가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비주류를 제압하기 위한 친위세력확보에 들어갔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총재 측근중에선 『공천과정에서 비주류를 껴안아야만 총선이후 있을지 모를 책임공유론을 벗어날 수 있다』는 주장을 한 인사들도 상당수 있었지만, 이총재는 이 진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신의 책임하에 선거를 치르고 선거결과의 공과(功過)도 자기의 몫으로 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어쨌거나 이총재로선 야당의 한계를 깬 정치적 실험을 시도한 셈인데 실험의 성공여부는 비주류 및 탈락중진들의 반발수습 여부와 본선에서의 전과(戰果)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겠다.
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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