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주식투자에 골몰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이제 대학가에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풍경. 그러나 최근에는 투자를 위해 학자금을 대출받거나 카드대출이나 사채까지 끌어들였다가 날리는 사례가 급증하는 등 대학가의 이상 주식열풍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학자금 대출에서 사채까지
서울 K대 복학생 김모(27)씨는 지난 연말 농어촌학자금 융자와 카드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했다 한달만에 1,000여만원을 날리는 바람에 정작 등록금을 마련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역시 지난 연말 주식투자를 위해 농협에서 학자금 200만원을 대출받았던 S대 이모(25)씨는 요즘 요식업소에 아르바이트를 나가며 상환금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과 금고, 캐피털사 등에 학자금대출을 신청하는 대학생 주식꾼들이 지난해 말부터 크게 늘었다.
H상호신용금고 관계자는 『학생증과 주민등록등본만 가져오면 100만원까지 대출을 해주는데 하루 30~40명씩 몰려오는 경우도 있다』며 『이자도 내지 못해 결국 부모가 대신 빚을 갚아주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자신도 학자금대출로 주식투자를 한다는 대학생 김모(26)씨는 『월이자 5%의 사채를 끌어들여 투자하는 친구들에 비하면 그래도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친구·부모 돈모아 펀드매니저 행세
서울 K대 박모(21)군은 지난해 친구 4명으로부터 각 100만원을 모아 주식계(契)를 시작했다. 한때 2,000여만원 이상 불렸지만 최근 원금까지 몽땅 까먹은 뒤 하숙집에서도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S대 성모(28)씨도 지난해 친구 10여명을 모은 뒤 카드대출까지 받아 1,000여만원을 투자했다가 깡통을 찼다.
일부 대학의 주식연구 동아리는 회원들의 돈을 모아 아예 뮤추얼펀드를 만들어 운영하기도 한다. 서울 H대 주식동아리회원 최모(22)씨는 『부모돈을 끌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동아리별로 적게는 200만-500만원, 많은 경우 수천만원까지 굴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I대 주식동아리 회장 안모(27)씨는 『학자금 대출을 받아 투자했다 수백만원의 빚을 지는 농촌 출신 학생들이 많다』며 『솔직히 현재의 대학생 주식투자열풍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3시출근족에 전산실 붙박이까지
W대 행정학과 박모(22)군은 오전9시에 학교앞 PC방으로 「출근」했다가 장이 마감하는 오후3시 이후에 등교, 「3시출근족」으로 불린다. 같은 학교 이모(23)군은 『하루종일 PC방에서 데이트레이딩에 열중하다 보면 전공공부가 부질없이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바람에 각 학교 전산실은 이런 데이트레이더들의 「사무실」로 전락해가고 있다. K대 졸업반인 김모(26)씨는 취업도 포기한 채 곳곳에서 끌어모은 1,000여만원의 씨돈을 갖고 학교 전산실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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