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열린 제2차 전국의사집회는 향후 의료정책에 적잖은 파장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또 당국과 의사들의 「기싸움」이 계속되는 한 일반국민이 이날 겪었던 피해는 앞으로도 되풀이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정부는 그동안 어려움을 호소해온 의원급 의료기관의 사정을 반영하는 여러 대책을 마련해 왔다. 우선 정부는 지난해 11월 의약품 실거래가 상환제 실시로 운영에 타격을 입고있는 동네의원과 약국의 손실보전 방안을 이르면 내달중 확정할 예정이다.
진찰료·의약품관리료·처방료·조제료 인상 등이 주요 내용이다. 나아가 7월 의약분업 시행에 맞춰 처방료와 조제료를 물가인상분을 감안, 현실화하고 내년 1월에는 진료수가(酬價)인상 등 보험수가체계을 전면 개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의사들이 집회를 강행함으로써 정부가 마련한 이같은 유화책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평일집회를 자제해 달라는 거듭된 요청을 의일방적으로 묵살한 데 대해 정부는 불쾌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의사들의 의약분업 실행안 요구를 상당부분 받아들이고 「당근」을 내밀었는 데도 명분없는 집회로 「진료대란」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의협내부 강경파가 신중론을 편 상당수 의사들의 의견을 묵살한 것으로 알고있다』며 『휴진강요, 당직병원 거부 등의 관련 법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주동자 전원을 처벌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문제는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더욱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의협 관계자는 『일부 환자들이 불편을 겪었을 뿐 전반적으로 진료차질은 없었다』고 항변하면서 『정부가 의사들을 처벌할 경우 제3·제4의 집회 등 더욱 큰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약분업을 불과 5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같은 갈등의 피해자는 결국 일반 국민일 뿐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양봉민 서울대보건대학원 교수는 『의사들은 더이상 국민건강권을 위협하고 환자가 치료받을 권리를 빼앗아서는 안된다』며 『정부도 소형 의료기관에 대한 정책적 관심을 쏟아야한다』고 지적했다.
1998. 8.24 의약분업추진협의회에서 1999년 7월1일부터 의약분업 시행합의
1999. 3.31 의약분업 실시 1년연기 약사법 개정안 공포
1999. 5.10 대한의사협회, 병원급 의료기관도 외래환자 병원내 조제금지
요구
1999. 9.17 의협, 약사 임의조제 금지 명문화요구(정부, 2000년 1월12일
약사 임의조제금지 약사법 개정)
1999. 11.30 의협, 의약분업 실행안 반대 1차의사집회(서울 장충체육관)
2000. 2.17 의협, 의약분업 실행안 반대 2차의사집회(서울 여의도)
김진각기자
kimjg@hk.co.kr
■[의사집회] 차흥봉 복지부장관 인터뷰
대한의사협회가 평일집회를 강행한 데 대해 차흥봉 보건복지부 장관은 17일 『의협은 평일 병·의원 집단 휴진으로 발생한 모든 책임을 져야하고, 정부도 이에 상응한 조치를 분명히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 평일집회를 사전에 막을 수도 있지 않았느냐.
『수차례 평일 집회 자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제는 「법대로」가야할 것 같다』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 의사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할 용의는.
『의사들의 위법사실 여부를 정밀 검토하고 있다. 위법사실이 확인되면 모두 행정적 및 법적제재를 취할 계획이다. 의사들의 요구는 의약분업 실행안 반대가 아닌 진료수가 인상이다. 수가인상 부분은 금명 가시화 할 것이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의사집회] 김재정 의권투쟁 위원장 인터뷰
『잘못된 의약분업을 바로 잡기위한 유일한 수단이었습니다』
17일 2차 전국의사대회를 주도한 김재정(金在正·서울시의사회장) 대한의사협회 의권쟁취투쟁위원장은 진료수가 인상 등의 요구사안이 받아들여 지지않을 경우 3, 4차 대규모 집회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거듭된 자제요청을 무시하고 대회를 강행한 이유는.
『낮은 보험료로 인한 저수가정책과 의료계 현실을 무시한 실거래가상환제 도입 등으로 의사들의 권리가 심하게 침해됐다. 한마디로 절박한 상황이다』
-의약분업 실행안과 관련, 의사들의 요구사항은 대부분 반영돼 집회의 명분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많다.
『현행 의료정책은 의사, 특히 개원의들에게 최소한의 생존권도 보장하기 어렵게 되어있다. 환자불편을 막기위해 당직병원 운영 등 최선을 다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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