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잘 부른다는 것은 무엇일까. 넓은 음역대, 그리고 내질러야 할 때 충분히 소리가 나오는 것. 그러나 그런 것을 갖추었다고 다 노래를 잘 한다는 소리를 듣는 것은 아니다.『지르는 것은 웬만큼 자신이 있어요. 하지만 그런 것보다는 노래를 잘 소화하고 이끌어 가는 것이 노래를 잘 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지난 한 해 「클론」의 「돌아와」의 여성 보컬로 참여해 형형색색의 사자 갈기머리에 마녀같은 화장을 하고 「돌아와 나에게 돌아와」라며 내내 소리를 질러댔던 그 김태영이다. 소리 지르는 데는 「일가」를 이룬 그녀의 노래관(觀)은 흥미롭다. 이제 기술적으로가 아니라 「진짜」 노래를 잘 부르는 데 관심이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스무살부터 CM송을 불러왔고, 1994년 MBC 드라마 「종합병원」의 주제곡인 「혼자만의 사랑」으로 노래 잘 부르는 가수로 분류됐다. 그후로 몇 년, 흥행곡 제조기인 김창환에게 발탁돼 칼을 벼러 왔다. 이제 첫번째 앨범이다. 「오랜 방황의 끝」. 프로듀서가 만든 제목이지만 그녀의 노래 인생과도 무관하지 않다.
타이틀곡 「오랜 방황의 끝」은 일단 한국 발라드의 고정문법을 깼다는 점에서 반갑다. 「그대 두 손을 잡고 고개를 숙인 채로/ 나를 용서해달라면서/ 난 많이 울었지/ 나의 긴 방황 끝에 결국 내가 찾은 건/ 아직도 날 기다리고 있는 그대였었어」 가슴을 울리는 오르간 전주로 시작되는 노래는 윤기있는 그녀의 보컬과 어울려 편안하고 울림이 있는 발라드다.
보사노바는 그녀와 썩 잘 어울리는 장르이다. 부드러운 허밍으로 시작하는 「그 날 이후로」는 약간의 바이브레이션으로 노래를 감싸는 그녀 보컬과 잘 융화했다. 엇박자 풍의 R&B 「정말 미안해」는 팝 사운드에서 볼 수 있는 풍성한 반주에 성숙한 보컬이 잘 올라탔다. 클론에서의 김태영에 관심이 있다면 펑키 스타일의 「변해버린 너」가 좋겠지만 이 곡에선 이미 지난 여름 라틴 댄스곡으로 인기를 끈 박미경이 떠오른다. 28일부터 방영될 SBS 아침드라마 「착한 남자」의 주제곡 「영원한 이별」, 리메이크곡 「혼자만의 사랑」까지 성숙한 보컬이 매력적이다.
박미경, 이은미 등 「라이브형 여가수」의 반열에 입적할 또 한 명의 여가수가 나타난 것 같다. 클론의 중국 대만 공연에서도 그녀의 인기는 그들 못지 않았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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