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방학에는 재미있는 아르바이트를 경험했다.따르릉- 청천벽력 같은 전화벨 소리에 가슴이 철렁, 친구 혜란이었다. 아르바이트를 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길래 호기심도 나고 또 방학이라 용돈도 떨어져 가던 터라 곧 집을 나섰다.
아르바이트는 주유소 세차장에서 나온 차의 물기를 닦아 주는 것이었다. 세차장의 책임자는 주의사항 몇 가지를 일러주시고 차에 얼룩을 남기지 말것과 손님들을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하셨다. 일은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사로운 심부름과 까다로운 손님들의 잔잔한 요구까지도 정성스레 듣고 들어주는 옆친구를 보며 미안함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한숨을 겨우 돌린 나는 다시 걸레를 집어 들었다. 『학생 걸레 하나만 줘 볼래?』 손님중에는 차 안으로 들어온 물기나 핸들 주위의 먼지를 제거하기위해 걸레를 빌리는 손님들이 계시기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건네드렸다. 앗! 이게 웬일인가. 깨끗한 걸레로 발판과 바닥을 닦고 계신게 아닌가. 나와 내 친구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아저씨, 거기는 닦으시면 안되는데...』겨울철이라 수시로 걸레를 빨 수도 없고해서 깨끗이 사용한 뒤 다시 말려서 사용하던 터였다. 『안되기는...더러우면 버리고 다시 하나 사서 쓰면 되잖아』라고 하시며 더러워진 걸레를 내던지고는 가던 길을 다시 가는 아저씨. 떠나버린 아저씨 뒤에서 작은 슬픔조차 느껴졌다. 자신의 물건이 아니라고 필요할 때에는 마구 사용하고, 사용한 다음에는 필요없으니 어떻든 상관없다는 것인가.
아르바이트라는 사회 첫 경험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으로 흥분되던 것은 잠시. 추운 겨울 고생하시는 부모님과 따뜻한 곳에서 편히 지내는 동안에도 쉴새 없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부끄러움과 죄송함을 느꼈다. 하지만 사람들끼리 좀더 서로 배려할 수 있는 여유로움과 인자함을 지닐 수 있다면 세상은 좀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이영화·문산종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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