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개혁을 가로 막고 있는 것은 정치권의 「음모론」도 「유착설」도 아닙니다. 팔짱을 낀 채 방관만 하는 무관심과 냉소주의가 더 높은 벽입니다』한 세기를 넘어 만민공동회(萬民共同會)가 부활했다. 총선연대가 16일 낮12시 서울 명동 중앙로 사거리 한빛은행 앞에서 「정치개혁을 위한 유권자 만민공동회」를 개최한 것. 1898년 3월10일 독립협회 주최의 만민공동회가 개최된 이래 백년 세월이 흐른 뒤 「참세상 한번 만들어 보자」는 시민의 목소리가 다시금 거리에 울려 퍼지는 순간이었다. 백년전 외침이 제국주의라는 「외부의 적」에 대한 규탄이었다면 이날은 「부패정치」라는 내부의 적에 대한 성토였다.
한시간 반동안 진행된 이날 행사에선 중학생을 비롯, 주부, 회사원, 6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저마다 응어리져 있던 정치권에 대한 불만과 비판을 거침없이 쏟아내 영하의 날씨를 잊게했다.
김민수(金敏洙·69)씨는 『만민공동회가 열린다는 보도를 접하고 일부러 이곳 명동을 찾아왔다』며 『젊은이들 스스로가 지금 나서서 정치판을 바꾸지 못한다면 결국 나처럼 평생 정치판을 회의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 나왔다는 정애리(鄭愛利·15·경희여중2년)양은 『아직 투표권은 없지만 젊고 생각이 바른 멋있는 아저씨들이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며 예비유권자로서의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로고송 「바꿔」에 맞춘 율동과 가면극이 함께 펼쳐져 시민들의 흥을 돋우기도 했다.
총선연대는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만민공동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장소도 전국 40여곳으로 확산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정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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