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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보름 "달맞이 가자"

입력
2000.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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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섭 시인의 「대보름」에서)19일은 음력 정월 대보름. 휘엉청 달빛에 취하는 날이다. 마침 주말이다. 양력과 음력, 두차례에 걸친 밀레니엄 해맞이에 이어 이번에는 달맞이 행렬이 줄을 이을 참이다. 대보름의 달맞이는 한 해의 안녕을 빌고 액운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의 행사. 동그랗게 떠오른 소망덩이를 바라보며 따스한 사랑을 품어 본다. 달맞이 가자.

'다섯개의 달' 강릉 경포대

하늘의 달, 호수에 비친 달, 파도에 어른거리는 달, 술잔 속의 달, 벗의 눈동자에 든 달…. 경포대에는 모두 다섯 개의 달이 뜬다. 예로부터 이 곳이 관동팔경의 하나로 꼽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얼음이 풀려 거울같이 빛나는 경포호에 달이 비치면 세상은 꿈결같은 분위기에 휩싸인다.

경포해수욕장을 아는 이들은 많지만 사실 경포대는 쉽게 지나치기 쉽다. 해수욕장 진입로로 들어가다가 호수와 만나는 지점의 왼쪽 언덕에 있다.

지방유형문화재 제6호로 앞으로는 바다와 호수, 뒤로는 대관령을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다. 율곡 이이가 열 살 때 지었다는 「경포대부(鏡浦臺賦)」, 조선조 숙종의 시 등이 걸려있다. 19일 밤 경포대에서는 달맞이 축제가, 강릉시 남대천변에서는 망월제가 열려 대보름의 흥취를 돋운다.

'설국의 정취' 인제 점봉산

강원 산골의 한가운데인 점봉산(1,424㎙)은 북으로 설악산, 남으로는 오대산과 맞붙어 있다. 달은 산에서 떠서 산으로 진다. 눈 덮인 계곡에 하얀 달빛이 비치면 설국(雪國)의 정취가 넘친다. 조용한 달맞이를 하기에 안성마춤이다.

골짜기 마을 진동2리(인제군 기린면) 주민들은 대보름을 맞아 달맞이와 설피밭 눈밟기 행사를 연다. 올해로 5년째이다. 백두대간의 북암령에서 달이 떠오르면 북소리가 울려퍼지면서 행사가 시작된다. 풍물장단에 맞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지신밟기 행렬을 이루고, 대나무 터지는 소리에 맞춰 달집태우기가 이어진다.

20일에는 연날리기, 장승제 등이 열린다. 인제의 내린천과 방동약수, 방태천 상류의 기암과 물굽이 등 아름다운 자연 경관은 덤이다. 동강댐 건설 반대운동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우이령보존회(02-706-0294)가 이 행사를 주관한다. 진동리 통나무집에서 하룻밤 자는 것을 포함해 회비는 6만원이다.

'억새밭 태우기' 창녕 화왕산

화왕산(757㎙)은 봄에는 진달래, 늦가을과 겨울에는 억새로 유명하다. 정상 분지에 펼쳐진 5만6,000여평의 억새 평원. 이 억새가 대보름이면 장관을 만들어 낸다.

해마다 창녕 지역의 산악인과 주민들이 이 억새밭을 태운다. 행사는 동쪽 영남 알프스의 연봉으로 달이 떠오르는 오후 5시50분 달집태우기로 시작된다.

소원풀이 집단을 함께 태우다가 6시10분께 평원의 억새밭으로 불길을 놓는다. 정상에 가득한 억새가 타버리는 시간은 고작 30분. 불길이 어두운 하늘마저 사를 듯이 솟아오른다. 주민들은 억새가 타는 시간에 풍물을 치며 지역의 안녕을 축원하고 액운을 쫓는 춤판을 벌인다. 행사에 앞 서 화왕산 정상에서 창녕중학교까지의 패러글라이딩 비행, 통일 기원 콘서트 등이 펼쳐진다.

화왕산은 달맞이가 아니라 산행만으로도 즐거운 곳. 힘든 정상정복 코스를 거쳐 곧 태워질 억새 평원을 바라보는 느낌은 남다르다. 창녕에 들렀다면 꼭 찾아야 하는 곳이 우포늪이다. 1억4,000만년 전에 만들어진 천연 늪지로 1,000여종의 생명체가 살고 있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이다.

'10만여평 불놀이' 제주 오름

제주도의 바닷가와 한라산 기슭도 달맞이의 명소. 겨울 답지 않은 남국의 정취와 달빛의 어울림이 범상치 않은 풍광을 자아낸다. 특히 달맞이가 아름다운 곳은 한라산 중턱의 평원 부근. 야트막한 억새숲이 반짝거리며 출렁이고 군데군데 솟아오른 오름(분화구가 만든 작은 산)이 만들어내는 둥근 그림자가 신비롭다.

한라산의 중턱에서도 오름을 통째로 태우는 불놀이가 벌어진다. 장소는 북제주군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 북제주군에서 주관하는 이 행사는 올해로 4회를 맞았다.

올해 행사의 주제는 무사안녕과 풍년기원, 인간과 자연의 조화이다. 행사는 19일 부싯돌 불씨만들기로 시작해 풍년기원제, 줄다리기, 각종 전통예술공연이 펼쳐진다. 새별오름에 불을 놓는 날은 이튿날인 20일 오후 달이 뜨는 시각. 10만여평의 풀밭을 태운다. 보람여행사(02-2248-7040)등에서 이를 연계한 상품을 마련해 놓고 있다. 북제주군 축산영림과(064-741-0423)로 문의하면 된다.

'연인 데이트코스' 부산 해운대

해운대에는 달맞이고개가 있다. 동쪽 백사장 끄트머리에서 촘촘한 바위로 돌아드는 길. 사냥꾼과 나물캐는 처녀가 서로를 그리다가 보름달에 소원을 빌어 맺어졌다는 전설이 있다. 대보름이면 이들처럼 꿈을 이루려는 연인들이 길을 가득 메운다.

달맞이고개의 풍광은 예전같지 않다. 양수리나 양평 등 서울 근교에 못지않는 카페촌이다. 그러나 바닷바람이 함께 하는 네온사인의 행렬은 삭막하지 않고 포근하다. 그림속의 집, 꼬마겔러리아, 달맞이집, 베이시앤베이직 등 해운대의 명물로 꼽히는 찻집과 밥집이 이 곳에 많이 모여있다.

해운대지구 번영회(051-740-8225)는 해수욕장에서 달맞이축제를 개최한다. 달집태우기, 연날리기등 각종 민속행사가 열린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달맞이 축제 '한아름'

각 지자체, 단체별로 마련한 대보름 행사가 풍성하다. 민속촌이나 놀이공원도 빠질 수 없다. 문화재청은 19일 모든 고궁과 능원을 무료로 개방하고 다채로운 이벤트까지 마련했다. 가까운 행사장을 찾아 흥겨운 대열에 합류하는 것도 명절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이 될 듯하다.

▲경남 남해 19일 상주해수욕장 야영장에서 제4회 상주 달맞이축제를 연다. 오전10시 상주 매귀패의 지신밟기로 시작해, 기원제 풍어제 등이 마련된다. 어두어지면 불을 밝힌 어선들의 해상퍼레이드와 불꽃놀이가 펼쳐진다.

▲경기 고양시 19일까지 일산신도시 호수공원에 널뛰기 윳놀이 연날리기 등을 할 수 있는 민속놀이장을 열고 있다. 19일 오후6시에는 정발산에서 달맞이 행사를 갖는다.

▲울산 해맞이의 명소인 울주군 서생면 간절곶등대에서 달맞이 축제를 개최한다. 주민 노래자랑, 창작연 날리기, 백사장 모닥불 피우기 등의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한국민속촌 19, 20일 보름맞이 특별행사를 마련했다. 송파답교놀이, 장승제, 호남우도농악 등 흥겨운 민속놀이가 펼쳐지고 전통썰매타기, 투호, 새끼꼬기등 가족단위로 참가할 수 있는 각종 대회도 열린다. (0331)286-2111

▲에버랜드 19일 입장객 500명에게 종합 부럼세트를 선물로 증정한다. 오후7시 포시즌스가든에서 달집을 태우고 페스티벌 월드의 식당에서 오곡밥 등 대보름 상차림을 판매한다. (0335)320-5000

▲롯데월드 18, 19일 어드벤처 매직트리 앞에서 제기차기, 투호, 줄넘기, 굴렁쇠 굴리기 등 민속놀이를 한데 모은 민속놀이 한마당을 연다. 길이 100㎙의 월드컵연, 25㎙짜리 용(龍)연등을 선보이는 연날리기 행사가 매직아일랜드 일대에서 펼쳐진다.(02)411-2000

▲서울랜드 20일 대보름행사를 개최한다. 북청사자놀음 등 민속놀이 한마당이 펼쳐지고 가훈과 사훈을 무료로 써주는 행사를 갖는다.(02)504-0011

▲국립민속박물관 18일부터 20일까지 「국민화합, 통일기원 정월 대보름 축제」를 마련한다. 나뭇짐 지게로 나르기, 장승깎기, 팽이치기 등 가족이 한데 어울릴 수 있는 행사를 준비했다. (02)720-3138

▲남산골 한옥마을 19일 「새천년 새달 떴다! 남산골 망월(望月)가세」를 연다. 달집태우기, 대동단결 줄다리기, 액막이 연날리기 등이 펼쳐진다. 묵은 나물과 오곡밥도 맛볼 수 있다. (02)2266-6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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