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우먼 성공학] 플로리스트 김순경씨꽃을 디자인한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과 천호점의 「한아름 플라워숍」대표 김순경(48)씨에겐 꽃도 디자인의 대상이다. 이름 모를 들꽃 한 포기도, 철 지나 말라버린 장미 한 송이도 그의 손을 거치면 화려하고 생기넘치는 「작품」으로 새로 태어난다.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감각으로 꽃을 가장 아름다운 형태로 연출(디자인)해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명함에 적힌 직함은 꽃을 뜻하는 라틴어 「플로스(flos)」와 전문인 또는 예술가를 나타내는 접미사 「이스트(ist)」의 합성어 「플로리스트(florist)」. 호텔 로비나 레스토랑, 상품매장에서 우연히 근사한 꽃장식을 마주쳤다면, 혹은 연인으로부터 앙증맞은 꽃바구니를 선물로 받았다면 김씨 같은 플로리스트의 손길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김씨는 주부들의 취미나 교양 수준에 머물던 꽃꽂이를 본격적인 마케팅에 접목시킨 선두주자다. 대학(서울여대 원예학과) 졸업 후 학원에서 꽃꽂이를 배우며 진로를 모색하던 그는 1982년 초 국내에선 처음으로 백화점(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의 전신인 파르코백화점)에 플라워숍을 열었다.
『패션 디자이너가 자신의 이름을 붙여 옷을 시장에 내놓는 것과 마찬가지로 꽃도 나만의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당시만 해도 꽃을 살 만한 곳은 화분이나 꽃모종을 파는 도시 근교의 화원이 전부였던 시절이라 고급 백화점에 꽃가게가 들어선 것은 그 자체로 눈길끄는 일이기도 했다.
김씨는 조화(造花)나 말린 꽃(드라이 플라워) 등 당시로선 생소했던 꽃들을 다채롭게 활용해 선물용 꽃바구니와 벽걸이용 꽃장식 등을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모든 꽃 제품에는 「꽃모아」라는 고유 브랜드까지 부착했다. 반응은 의외로 폭발적이었다. 강남 지역 상류층 여성들 사이에 심플하면서도 자연미 넘치는 꽃제품 메이커로 소문이 퍼지면서 매출이 하루가 다르게 신장했고, 얼마 안가 김씨의 가게를 모델 삼아 주요 백화점마다 비슷한 성격의 플라워숍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다.
압구정동과 청담동 일대에 한창 패션가가 형성될 무렵엔 주요 매장마다 디스플레이용 꽃장식을 해주느라 일에 쫓겨 잠도 제대로 못잘 정도였다.
요즘에도 주요 호텔행사나 명문가의 집안 잔치마다 단골처럼 불려다니며 꽃꽂이를 도맡고 있는 그는 그러나 『아무나 꽃가게를 열 수는 있지만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씨는 『플로리스트는 타고난 심미안이나 예술적 감각 못지 않게 꼭두새벽 시장에 나가 꽃을 사올줄 아는 부지런함과 이를 뒷받침할 강인한 체력, 끊임없이 배우고 연구하는 열정이 필요한 직업』이라고 조언했다. 겉보기만큼 화려하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유럽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에선 각광받고 있는 전문직종이지만 아직 국내에선 사회적 인식도 낮다. 플로리스트들이 만든 플라워디자인 작품을 일반에 선보이기 위해 전시관 하나를 대관하려 해도 「예술 작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당하는 실정이다. 그만큼 종사자들의 지위 향상을 위한 노력도 필요한 분야다.
한국 플로리스트협회 부이사장이자 개인 플라워숍을 운영하는 사장으로, 대기업체의 플라워디자인 강사로 뛰어다니고 있는 김씨는 『항상 꽃 속에서 생명력과 생동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며 『선(線)을 강조하는 동양 꽃꽂이와 면(面)을 중요시하는 서양식 플라워디자인을 독창적으로 조화시켜 나간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인 「꽃 예술가」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직업가이드] 플로리스트
플로리스트는 꽃을 상업적으로 이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전문직업인이다.
나이나 학력의 제한이 없고, 재능만 있다면 예술가의 경지에까지 오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생활 수준의 향상과 함께 꽃을 필요로 하는 공간이 많아지면서 안정된 수입이 보장된 유망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플로리스트는 단순히 꽃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것 뿐 아니라 꽃장식품의 경제적 효용가치를 높이기 위해 꽃의 재배, 유통, 소재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어야 한다.
미적 감각과 기술은 기본이고 식물의 학명과 꽃의 종류, 꽃말 등 폭넓은 원예지식도 요구된다. 짧은 시간에 대형 꽃장식을 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체력과 순발력 역시 필요한 직종이다.
전문 플로리스트가 되려면 학원에서 동양꽃꽂이를 배운 뒤 플라워숍에서 일하면서 도제식으로 실습 위주의 교육을 받는 것이 보통이다.
한국플로리스트협회(02-573-5867)가 주관하는 기능사 자격증을 따거나 마플라워아카데미(02-532-5855), 청아플라워즈(02-312-2327), 방식꽃예술원(02-747-4563) 등의 플로리스트 전문 양성과정을 이수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어느 정도 경험을 쌓으면 직접 화원을 경영하면서 독창적인 꽃장식품을 만들어 판매할 수도 있고, 상품매장의 디스플레이나 무대장식, 테이블세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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