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태어나서 처음 먹는 엄마의 젖속에 하루섭취 허용량의 30배가 넘는 다이옥신이 포함되어 있다. 바로 우리의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을 책임맡고 있는 식품의약안전청 독성연구소가 조사해서 발표한 내용이다. 참으로 섬뜩한 뉴스다. 연간 우리나라에서 태어나는 아기가 77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조사가 던질 심리적 충격을 예측하기란 어렵지 않다.초유(初乳)의 다이옥신 다량 함유는 수돗물 오염이나 식중독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다이옥신이 우리 사회를 여러차례 놀라게 했지만 그것은 컵라면, 쓰레기 소각장, 수입돼지고기 등 부분적이고 간접적인 문제제기였다. 그러나 모유의 다이옥신은 그렇게 일과성으로 끝날 수 없는 일이다.
환경호르몬의 한 종류인 다이옥신은 측정 단위가 피코㎚(1조분의 1㎚)의 극미량이지만 그 맹독성과 생체내에서 일으키는 내분비 교란작용은 가공할 정도이다. 환경호르몬의 내분비교란 작용은 90년대 중반 테오 콜본등이 집필한 「도둑맞은 미래(Our Stolen Future)」에서 생생하게 입증되고 있다. 이들 연구진은 내분비교란 물질이 암발생의 원인일뿐 아니라 남자의 정자수를 줄이고 동물의 성징(性徵)을 흐트러뜨리고 기형아를 낳는 원인임을 밝혔다.
「도둑맞은 미래」가 제시하는 환경호르몬의 문제점은 먹이사슬을 따라 환경호르몬이 기하급수적으로 농축된다는 사실이다. 환경호르몬은 중금속과 마찬가지로 생물의 몸에 흡수되면 분해되지 않고 계속 농축되므로 먹이사슬의 꼭대기인 인체가 가장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정부의 공식기관이 다이옥신 함유량을 조사해서 국민에게 밝힌 것은 발전적인 조치다. 그러나 할 일은 이제부터다. 모유 속 환경호르몬의 유입경로를 밝혀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 문제에 관한 한 모든 데이터를 공개하고 국제적 협력까지 이끌어낼 개방적 자세가 필요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