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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기스발트 쿠이켄 내한독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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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기스발트 쿠이켄 내한독주회

입력
2000.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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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연주의 거장 지기스발트 쿠이켄(56)이 처음으로 한국 무대를 찾는다. 22일(화)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바로크 바이올린으로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 2번, 파르티타 2·3번을 연주한다.이번 무대는 바이올린 음악의 최고 걸작을, 바흐 시대 악기와 연주방식으로, 최고의 연주자가 연주한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는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성서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쿠이켄의 바흐는 20세기 연주사의 업적으로 꼽힌다.

쿠이켄은 원전연주의 선구자라 할 수 있다. 원전연주란 음악을 작곡 당시의악기와 연주 양식대로 연주하는 것을 말한다. 당시 음향과 정신을 완벽하게 재현하려는 게 목표다. 원전연주는 아방가르드와 더불어 1950~1960년대 유럽 음악계에 등장한 새 물결이다. 2차대전의 끔찍한 상처가 기존 음악전통에 대한 회의를 일으킨 것이다. 원전연주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반다 란도프스카야, 구스타프 레온하르트,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존 엘리엇 가디너, 쿠이켄 3형제, 안너 빌스마 등이 있다.

벨기에 태생인 쿠이켄은 스승도 없이 순전히 독학으로 바로크 바이올린을 익혀 1969년부터 바이올린의 옛 주법을 재건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다른 연주자들에게 시금석이 되어왔다.

바흐가 살았던 바로크 시대 바이올린은 오늘날의 것과 다르다. 강철 줄이 아닌 거트(동물 창자) 줄을 쓰기 때문에 소리는 더 작지만 부드럽고 투명하다. 목 부분이 짧고 줄을 걸치는 브리지도 낮다. 연주 방법도 달랐다.

관객이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다른 점은 바이올린을 턱에 대지 않고 연주하는 것이다. 활 모양은 오늘날처럼 직선형이 아니라 둥글게 휜 활꼴이었다. 활 털은 나사로 조이지 않고 엄지손가락으로 눌러 팽팽하게 했다. 예컨대 빠르게 한 음 한 음을 켤 때는 엄지손가락으로 활 털을 당겨 팽팽하게 만들고, 여러 음을 동시에 눌러야 할 때는활 털을 당기지 않고 않고 느슨한 채 연주했다.

쿠이켄은 18세기 초에 만들어진 조반니 그란치노 바이올린을 쓴다. 이 악기로 20년 전 그가 바흐의 무반주 작품들을 연주했을 때, 그것은 기념비적이고 혁명적인 연주라고 평가됐다. 바로크 바이올린으로 무엇을 얼마나 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을 날려버린 명연주다.

그의 바흐는 담백하고 투명하다. 바흐의 영혼을 재현한, 가장 바흐다운 연주로 꼽힌다. 기돈 크레머나 이차크 펄만의 바흐가 연주자의 개성을 강하게 드러낸 것과는 크게 다르다. 크레머나 펄만의 바흐는 작곡가의 의도에 충실하기보다는 연주자 혼자 잘난 척 한다는 비난을 듣기도 한다.

쿠이켄은 음악가족을 이루고 있다. 맏형 빌란트는 고악기인 비올라 다 감바 , 막내 바르톨트는 바로크 플루트 연주자다. 비올라 연주자인 부인 마를렌과의 사이에 태어난 세 딸 외에 한국에서 입양한 딸(27)과 아들(24)이 있어 한국과는 인연이 깊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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