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대학문화가 아직 살아있음을 이곳에서 느낍니다』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 자리잡은 「작은 풀씨의 꿈」. 단골손님 김성협(金省夾·23·고려대 컴퓨터 4)씨가 자리를 떠날줄 모르고 예찬론을 펼치고 있다. 30평 남짓한 이 곳은 과소비를 싫어하고 환경친화적인 사람들을 위한 「녹색카페」로 유명하다.
우선 술 담배를 팔지 않는다. 신촌에 즐비한 향락카페들과 차별성을 두자는 의도다. 당연히 주고객은 담배연기와 술냄새를 피해 조용히 여유를 즐기고자 하는 이들. 세 개의 세미나실을 갖추고 있어 공부할 장소가 마땅찮은 학생도 즐겨 애용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이면 무명 학생 예술가들이 연주실력이나 연기력을 펼치기도 하고 대학 동아리의 사진, 그림 전시회도 개최한다.
이 공간을 꾸려가는 사람들은 95년 11월 발족한 「한국대학생대중문화감시단」소속 대학생들. 이들은 그동안 퇴폐향락적 대중문화에 대한 감시운동, 일본 저질문화 반대운동 등을 펼쳐왔고, 10일에는 발렌타인데이의 상업성을 비판하며 종묘공원에서「발렌타인데이를 캔들데이로」라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퇴폐향락으로 흘러버린 신촌에 건강한 「풀씨」 하나를 심어보자는 취지로 98년 10월 카페의 문을 열었다. 저렴하나마 공연 대관료를 받고, 카페업무를 자원봉사단이 무보수로 맡으며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자원봉사자 오정택(吳政澤·24·중앙대 신방 4)씨는 『신촌에 과연 진정한 젊음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누구나 잃어버린 여유를 찾고 건전한 젊음을 발산할 수 있는 녹색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