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을 데리고 동물원에 다녀왔지요.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이는 호랑이를 그리겠다며 컴퓨터 책상 앞에 앉더군요. 「Magic 3D」 프로그램을 돌리더니 「호랑이(Tiger)」라는 단어를 입력했어요. 여러 호랑이 이미지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놓은 후, 이 이미지들을 갖고 컴퓨터로 멋있는 호랑이를 그려내더군요』 『새로운 상상력의 개념이었지요. 저 역시 미래의 경험을 해보고 싶어 아들의 프로그램을 훔쳐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코디 최. 17일부터 3월 17일까지 국제화랑에서 「We are in Jungle(정글 속으로)」을 주제로 열리는 개인전을 위해 내한했다. 아들의 「매직 3D」에서 확장된 데이터 베이스의 정글 속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회화(New Pictorialism)」 작품들이다.
『20년 후의 미술계는 어떻게 될까요. 이미 아들 세대에 시작된 것처럼 붓과 물감이란 재료는 사라지게 되겠지요』 『20세기의 예술은 소화불량의 문화였어요. 방황하던 포스트모던 예술은 이제 지나갔습니다. 설치니 비디오아트 역시 관객들에게 전혀 이해가 안됐지요. 그 포스트모던의 찌꺼기를 없애고 새로운 예술을 창조해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한국미술은 아직도 18, 19세기 서양화를 재탕삼탕 하고 있어요』
그가 말하는 새로운 회화는 표현 방법의 변화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감각이나 표현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접근법과 아이디어다. 그는 이번 전시회에서 이미지의 근원을 머리 속 상상력이나 손이 아닌 컴퓨터라는 기계가 갖고 있는 데이터베이스에서 찾았다. 컴퓨터에 내장된 데이터 베이스의 파일에서 새로운 회화를 찾아낸 것이다. 코디는 이를 「데이터 베이스 회화(Data Base Painting)」라고 명명했다. 코끼리, 사자, 말, 호랑이 등 사이버 스페이스 정글의 동물 이미지들이 400호짜리 6점과 100호짜리 15점 속에서 펼쳐진다.
단, 전시 방법만은 벽면에 그림을 거는 고전적 방법을 선택했다. 뷰텍(Vutek) 프린트로 종이 대신 매쉬(Mash)라는 얇은 플라스틱에 출력한 작품이다.
고려대 사회학과 3학년 재학 중 도미, 미국 파사데나 아트센터와 그로브 음악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한인으로 유일하게 뉴욕주립대(NYU) 미술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젊은 작가 발굴로 유명한 뉴욕 다이치 화랑(Deitch Projects)에서 개인전을 갖는 등 국제적으로 활발한 작품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5월에는 유럽순회전으로 열리는 국제그룹전 「Lab-Continent」에 참가할 예정이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