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이나 투입된 대형 전시회가 열린다. 17일부터 4월 12일까지 금호미술관에서 열리는 「국사(하)전」. 「자료로 보는 한국 근현대사」전이다. 금호미술관이 올해 계획한 전시회 중 가장 많은 예산을 책정한 기획전으로 패티김 남진 양희은 등 대중가수들의 공연까지 곁들여진다.지난해 몇몇 미술관에서 기획했던 20세기 회고전이 생활사 중심이었다면 이번 전시회는 우리의 문화, 사회, 정치, 경제 전반에 걸쳐 지난 세기를 훑어보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전시제목은 고등학교 국사교과서 상·하권중에서 근현대사를 다룬 하권에서 빌어왔다.
역사 구분은 정권교체 시기를 바탕으로 했다. 대한제국에서 일제강점기, 이승만 정부와 장면 내각, 5·16 군사쿠데타와 박정희 정부, 10·26사태와 전두환 정부, 6·29 민주화선언과 노태우 정부, 문민정부까지 100년(1897-1997년)간으로 초점을 맞추었다.
미술사에서만큼은 근대 사회의 시작을 이보다 이른 1697년 추사 김정희 시대로 거슬러 잡았다. 김정희는 조선시대 진경문화가 막을 내린 후, 청나라에서 받아들인 고증학을 바탕으로 극도의 추상성을 보이는 추사체라는 새로운 예술을 일으킨 인물이다. 큐레이터 신정아씨는 『추사를 현대사회로 넘어가는 전환점으로 삼은 것은 최완수 간송미술관 학예실장의 조언 때문』이라면서 『정권교체를 이번 전시회의 시대적 구분으로 따른 것은 한국사회가 워낙 정치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데다 이처럼 각 분야마다 근대의 시작이 다르다는 점에서 공통적인 분류방식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1층 전시장은 해방정국(1945-1948년), 2층 전시장은 조선후기~일제강점기(1897-1945년), 지하전시장은 이승만정부에서 문민정부까지(1948-1997년)로 꾸몄다.
신문, 소설, 시집, 문예지, 전시도록, 책, 사진, 포스터, 영화, 음악 등이 이번 전시회의 자료들이다. 한성순보 창간호(1883년), 독립신문(1896년) 등 신문 원본과 복사본, 김억의 해파리의 노래(1923년), 이광수의 사랑(1938년), 이인직의 혈의 누(1920년) 등 문학지와 잡지, 추사 김정희에서 안중식 허련 고희동 이하응 나혜석에 이르는 그림도판, 책력, 한영숙의 살풀이(1937년) 사진 등 귀중한 자료들이 한 자리에 펼쳐진다. 전시장 구석구석에는 스피커를 배치해 벽면에 설치된 평면자료들을 보면서 흘러간 유행음악들을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영화사적으로 중요한 몇몇 영화들은 편집, 비디오로 재상영된다.
전시기간 중 패티 김(개막일 16일) 양희은(27일) 이승철(3월 5일) 남진(3월19일) 이선희(4월 9일) 등의 미니콘서트도 마련된다. 콘서트 입장권은 전시 관람객 중 추첨을 통해 무료로 나누어준다. 미술관의 소란스러움이 느껴진다. 송영주기자 yjsong@h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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