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으로 만든 무지개 다리'「섬진강 시인」 김용택(48)씨가 가르치는 전북 임실군 운암초등학교 마암분교 학생들이 쓴 동시모음집 「거미줄로 돌돌돌」과 일기 모음집 「오줌으로 만든 무지개다리」(열림원어린이 발행)가 출간됐다.
전교생 17명. 운암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산골 마을의 이 작은 학교에서 17명의 아이들은 자연과 그대로 하나가 되어 생활한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두가 오누이고, 자연은 그들의 친구이다. 「거미줄로…」에는 이들이 쓴 동시 100편이 실려있다.
「가을이 되어/감은//뜨거운 햇살에/깨어났다.//감은 뜨거운/햇살이 부끄러워/빨갛게 익었다」(윤귀봉 「감」). 자연을 인간을 둘러싼 환경으로 보지 않고 함께 숨쉬고 살아가는 존재로 바라본 아이들의 시선이, 자유롭고 꾸밈없는 소박한 표현과 결합된 글들이다.
「오랜만에/내리는 비//우리 가족의/기도로 들어주시는구나//고추를 심으려면/비가 와야 하는데//그토록/비 비 비/노래하던//우리 가족의 소원을 들어주시는구나」(이소희 「비」).
김씨는 『아이들의 글 속에 코를 박고 있으면, 아이들의 흙 묻은 손과 바람에 흔들리는 아름다운 풀밭의 풀 내음과 곡식이 돋아나는 흙 내음과 달 뜬 강물 소리가 들린다』며 『캄캄하게 죽어가는 아스팔트와 시멘트 속에 살고 있는 어른들과 아이들을 살아 숨쉬는 생명의 소리로 신선하게 자극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학교야 공 차자」라는 아이들의 시 모음집을 내었던 김씨는 이후 토요일이면 아이들과 글쓰기를 계속했다. 『글을 쓰면서 아이들의 눈에는 글을 쓰지 않을 때는 그냥 지나쳐버렸을 세상의 사물들이 자세히 보이기 시작한다. 나뭇잎이 피는 모습이며, 꽃잎이 떨어지는 모습이며, 비 오고 눈 내리는 모습이며, 일하는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이 자세히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오줌으로 만든…」은 이 학교 학생 7명이 쓴 일기 100편이 실려있다. 표제작은 6학년 윤귀봉 어린이의 일기 중 한부분이다. 『오늘 무지개 다리를 놓았다. 어떻게 놓았냐면 오줌으로 놓았다.
아주 많이 마려웠던 오줌을 참고 해가 쨍쨍 비칠 때 쭉 싸면 작은 줄기는 밑으로 떨어져 보라색과 파남색을 만들고…』. 김씨의 말마따나 『지 맘대로』 써간 아이들의 일기는 가감 없는 생활의 글이라는 점에서 웃음과 눈물, 감동을 전해준다.
책 말미에「꽃 피는 아이들」이란 발문을 쓴 김훈 한국일보 편집위원은 『마암분교 아이들에게는 매일매일의 생활 속에서 매일매일의 새로운 이야기들이 솟아오른다. 여기가 바로 세상이고, 삶의 현장이고, 삶과 배움이 어우러지는 곳』이라고 말했다.
오늘(2월15일) 이 학교 아이들 3명이 졸업을 한다. 선생님 김씨와 졸업생, 그리고 남아있는 후배들은 10년 후 8월 1일 운암대교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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