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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女風에 한국 철옹성 무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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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女風에 한국 철옹성 무너지나

입력
2000.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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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이 없다. 내로라 하는 강호 협객들이 그의 현란한 칼 놀림에 추풍낙엽이 되고 있다. 「반상의 철녀(鐵女)」루이나이웨이(芮乃偉) 9단이 뿜어내는 괴력 앞에 무림의 질서가 뒤흔들리고 있다. 국내 입성 첫 해인 지난 해 유창혁 9단, 최명훈 7단, 김승준 6단 등 기라성 같은 강자들을 연파할 때만 해도 사람들은 「이변」이라는 단어로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하지만 이제 사정은 달라졌다. 한국 바둑의 철옹성이 그에게 점령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루이는 새 천년 벽두부터 「세계 바둑 1인자」 이창호 9단마저 꺾고 여성으로선 처음으로 제43기 국수전 도전권을 거머쥐었고, 도전기에선 「바둑 황제」조훈현 9단을 상대로 종합전적 1승 1패의 대접전을 벌이고 있다. 도전기 제 3국(21일)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그는 세계 바둑 역사상 여성기사의 첫 주요기전 우승과 남녀 통합국수 등극이라는 금자탑을 세우게 된다.

사실, 국수전 도전기에 앞서 바둑계에선 『루이 9단의 난전(亂戰)형 공격바둑이 이 9단의 수비 바둑에는 어느 정도 먹혀 들었지만 기풍이 비슷한 조 9단에게는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본 결과 루이의 완력은 예상을 뛰어 넘었다.

제1국에서 그는 시종일관 힘에서 밀리지 않는 강한 바둑으로 조 9단을 몰아부치다 아깝게 역전패 당했고, 2국에선 특유의 공격력으로 상대의 실착을 집요하게 응징, 155수만에 가볍게 불계승을 이끌어냈다. 두 대국 모두 내용 면에서 루이식 싸움 바둑의 「가능성」을 확인해준 셈이다. 루이의 전투력에 대해 미심쩍어하던 사람들도 이젠 국수전의 향방을 섣불리 예측할 수 없게 됐다.

과연 새로운 신화는 탄생할 수 있을 것인가. 양재호 9단은 최근 사석에서 『「세계 최고의 공격수」인 유창혁 9단보다 공격력이 한 수 위』라고 루이의 전투력을 높게 평가했다.

빈 틈이 생긴 곳에는 물불 안가리고 달려들고, 일단 싸움이 붙었다면 끝장을 보고야마는 루이의 「마구잡이식」전투바둑을 결코 만만히 봐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루이의 공격은 유창혁에 비해 두터움이나 균형미는 다소 떨어지지만 완벽한 수읽기가 뒷받침 돼 있는데다 단 칼에 승패를 결정지을 만큼 막강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양 9단의 분석이다.

여기에다 어떤 상대를 만나도 흔들리지 않는 배짱과 뚝심, 조 9단에 비해 심리적 압박감이 덜한 점 등이 최종국에선 루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소녀기사 조혜연 2단을 상대로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는 제1회 흥창배 세계여자바둑선수권대회 결승전(14, 16, 18일)도 승기를 이어갈 수 있는 기회다.

반면 전투형 바둑의 특성상 기복이 심하다는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올들어 강호들을 연파하며 승승장구하던 그가 최근 제12기 기성전 예선에서 신예 최철한 3단한테 맥없이 무릎을 꿇은 것이 대표적 예.

한국기원 관계자는 『쉽게 이기기도 하지만 쉽게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 공격 일변도 바둑의 허점』이라며 『대세를 읽는 감각과 행마의 효율성을 보강하는 것이 루이 9단의 숙제』라고 지적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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