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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근사태 원칙대로 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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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근사태 원칙대로 풀어라"

입력
2000.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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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 체포를 둘러싼 검찰과 한나라당의 대치상황이 계속되면서 사회적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이미 사안의 본질과 관계없이 이번 사태가 고질적인 지역감정의 악화 요인으로 떠오를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사태의 장기화가 민주주의의 기본인 법치주의 정신을 크게 훼손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각계 인사들은 한결같이 「원칙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정의원은 체포영장을 발부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 검찰조사에 응하되 검찰도 「합리적」인 사건처리로 사태를 조기 종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의 정의원 긴급체포 시도가 보도된 12일이후 본사 편집국에는 양측 입장을 두둔하거나 공격하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호남지역 시민들은 대개 『예상되는 정치적 부담을 안고 여당이 검찰과 짜고 정의원을 체포하려 했을리 없다』며 정의원이 검찰 법집행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반면 영남지역 시민들은 『총선을 앞두고 이뤄진 검찰의 결정은 현 정권을 공격하는 발언을 한 정의원과 야당 죽이기』라고 반발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총선시민연대 관계자들은 야당의 「여권_총선연대 유착설」등을 의식,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꺼리면서도 사태의 합리적인 조기수습을 촉구했다. 최 열(崔 冽) 공동대표는 『단체와 개인의 소신과는 별개로 공적인 법집행 절차는 존중돼야 한다는 차원에서 성실히 검찰 소환조사에 임할 것』이라는 간접화법으로 정의원의 검찰 출두를 촉구했다.

김도형(金度亨) 변호사는 『검찰이 정의원을 긴급체포하려 했던 시도는 논란거리가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의 집행마저 거부하는 것은 법을 무시하는 태도』라며 『정의원은 고소·고발사건의 피의자 신분인만큼 당당하게 수사기관에 출두해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검찰의 추후 법 집행도 감정에 치우지지 않고 정의원의 신분과 여러 상황을 고려해 「원칙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세대 신명순(申命淳·정외)교수는 『정의원에 대한 문제가 법적차원을 떠나 정치문제화하는 현상황이 더욱 우려된다』며 『선거를 앞두고 예민한 시점에서 정의원에 대한 강제연행은 표적성 시비가 충분히 예견됐던 사안인만큼 신중히 결정했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신교수는 『정의원에 대해 고소·고발된 사건들은 구속까지 할 만한 사안이 아닌만큼 합리적으로 처리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지법의 한 판사는 『정의원이 현역의원이라는 점, 선거를 눈 앞에 두고 있다는 점과 함께, 문제된 사안들 대부분이 「말」로 인한 것들인만큼 그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따라서 증거인멸의 우려 등 구속 요인은 없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이어 『검찰 조사과정에서 자칫 감정적이거나 무리한 법적용이 이뤄질 경우 더 큰 후유증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정녹용기자 ltrees@hk.co.kr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검찰-정치인 체포-소환공방史

정형근(鄭亨根)의원을 보호하기 위해 한나라당이 소집한 임시국회가 15일 소집되는 것과 관련, 검찰과 정치인간의 쫓고 쫓기는 숙명적 관계가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전에도 정치인들은 줄곧 「표적사정」 「야당탄압」을 주장하며 검찰소환에 불응했고 반면 검찰은 「정당한 법집행」 「성역없는 수사」를 강조하며 정치인들을 몰아붙였다.

80년대 들어 양측이 처음 첨예하게 대립한 것은 1985년 9월 당시 신민당 소속 박찬종(朴燦鍾) 조순형(趙舜衡)의원에 대한 검찰의 구인영장 청구. 검찰은 고려대 정문 앞에서 열린 학생시위에서 「군사독재 타도」 등의 구호를 외친 두 의원에게 2차례 소환장을 보냈다. 그러나 두 의원이 강력히 저항하자 당시 수사검사였던 신광옥(辛光玉)현 청와대민정수석은 검찰 사상 최초로 「구인장(拘引狀)」을 활용하는 「묘수」를 써 두 의원을 기소했다.

이후 정치인들이 단골로 이용해온 신병안전책은 「방탄(防彈)국회」. 효시는 1998년 기아 비자금사건에 연루된 한나라당 이신행(李信行)전의원이다. 같은해 5월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전의원은 4차례나 열린 임시국회 덕에 화를 모면했지만 9월3일 임시국회가 끝나고 정기국회가 시작되기 전 공백이 생긴 단 하루, 그날에 자택에서 체포됐다.

이어 같은해 9월 검찰이 세풍(稅風)사건과 관련, 한나라당 서상목(徐相穆)의원 수사에 착수한 이후 모두 6차례나 「방탄성」 임시국회가 열렸다. 지난해 4월 검찰이 법원을 통해 서의원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부결되자 9월 서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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