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문화, 이런 말이 가능하다면 지금 한국문화의 메이저는 영화다. 수백만 관객이 영화 한 편에 웃고 울면서, 감독과 배우를 이야기한다. 그러다 보니 영화깨나 보았다는 사람들은 거의가 영화 전문가다. 내용이 어떻고, 형식이 무엇이고, 카메라기법이 새롭고, 감독의 작품경향이 변화했고, 미학적 수준이 어떻다…는 식으로 영화 한 편을 놓고 해체하고 재조립하려 든다. 이런 전문적 관객들은 자신이 영화에서 받은 「감동」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영화를 재단하고 평가하려 한다.「섬진강 시인」 김용택(52)씨는 거기 비하면 순진한 관객이다. 『영화는 내 삶 속에서 가장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공언하는 김씨가 영화에세이집 「촌놈, 김용택 극장에 가다」(이룸 발행)를 냈다. 「울고 넘는 박달재」부터 「박하 사탕」까지, 「스파르타쿠스」에서 「나라야마 부시코」까지, 섬진강변 가설극장에서 영화를 보던 소년시절부터, 매주 신작이 개봉되는 토요일이면 아내의 손을 잡고 도시의 영화관을 찾는 지금까지 자신이 본 영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모았다.
그의 영화에 대한 최우선 기준은 감동이다. 『감동 없이 어찌 영화를 보고 세상을 살아가겠는가. 감동이 없는 일상처럼 싱겁고 메마른 삶이 어디 있으랴. 극장 의자에 앉아 벨이 울릴 때 자리를 고쳐 앉는 그 기대가 내겐 곧 감동이다』 한편 한편의 영화 그 자체보다는, 극장의 불이 꺼지고 예고편부터 시작됨을 알리는 벨소리에 앉은 자세를 고치는 그 순간의 기다림이 그에게는 영화가 주는 최고의 기쁨이라는 것이다. 스크린 위에 그려지는 또 다른 인간현실을 들여다보며 『아, 인생아! 내 인생도 영화가 될 수 있을까』하고 기대하는 즐거움이야말로 김씨가 영화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그는 『관객이 영화를 완성한다』고 말한다. 이 에세이들에서 그는 평범한 관객의 입장을 시종 잃지 않는다. 그는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액션영화 「다이 하드」야 말로 가장 인상깊게 본 영화라고 말한다. 장면과 이야기가 숨가쁘고 완벽할 정도로 이어지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그 숨가쁜 액션 역시 완벽하다고 칭찬한다. 그러면서 『아 그렇구나, 시(詩)도 저렇듯 완벽하게 끝까지 밀고 나가는 호흡이 필요하구나』라고 꽉 짜인 한 편의 시를 완성해야겠다고 느낀다. 「미술관 옆 동물원」에서는 심은하가 자신이 쓴 시 「사랑」을 낭송하는 장면이 나온다며 은근히 자랑을 하고 책에 그 시의 전문을 싣기도 했다.
잘 알려져있듯 김씨는 전북 임실의 운암초등학교 마암분교 교사이다.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땅의 자연, 어린 시골 초등학생들에게서 얻은 영감으로 쉽고 감동적인 시를 쓰듯이, 자신이 본 영화를 통해 바로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름다운 시절」의 영화감독 이광모씨는 『김용택 시인은 영화를 볼 때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본다. 예술을 경험하는 것이 예술을 평가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의 글은 영화를 「경험」하는 방식을 실천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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