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를 둘러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의 상충된 이해관계가 과연 합일점을 찾을 수 있을까.12일 방콕에서 개막된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제10차 총회 역시 이런 근본적인 문제의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왜곡된 세계경제의 반목과 갈등양상은 이번 회의에서도 어김 없이 재연됐다.
이번 총회는 폭력사태로 얼룩진 지난해 12월 시애틀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와 지난달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이후 처음 열리는 대규모 국제경제회의로
190개 회원국 3,000여명의 대표들이 한자리에 다시 모였다. 주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세계경제의 혜택을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의 모색.
그러나 회의 첫날부터 선진국과 후진국간의 입장차는 확연했고, 회의장인 방콕의 퀸 시리킷 국립회의장 앞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비정부기구(NGO)회원들이 주축이 된 세계화 반대 시위가 이틀째 계속됐다.
수천명의 시위대들은 개막일인 12일 「세계무역기구(WTO),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옥으로 가라」「새로운 제국주의와의 투쟁」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깃발을 휘두르며 회의장 난입을 시도, 저지하는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시위대에 참여한 세네갈의 비정부기구(NGO) 조정위원회 위원인 데무사 뎀벨레는 『세계화가 전세계를 혼란과 불평등 및 광란으로 몰고가고 있다는 것을 유엔기구들이 인지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또 세계금융제도를 개혁, 개도국에 이익을 주며 자연자원을 보호하는 방향을 개편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미셸 캉드쉬 IMF총재는 퇴임을 하루 앞둔 13일 마지막 연설에서 『빈곤은 이 시대의 최대 관심사로, 국제 금융구조에 대한 전반적인 정밀검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연설 직전 회의장에 몰래 들어온 국제과자제조업자 단체의 한 회원으로부터 얼굴에 크림파이 세례를 받는 수모를 당했다.
19일까지 열리는 이번 총회는 개발 및 무역문제를 논의하는 토론의 장으로 지난해 12월 결렬된 시애틀 WTO 각료회의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첫날 연설에서『이번 총회는 개발의 관점에서 세계무역 및 금융 정책과 제도적 틀을 솔직하고도 객관적인 관점에서 다루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들은 자유화를 통한 급속한 세계화에 촛점을 맞추고 있는데 반해 개도국들은 여전히 노동력과 자원의 착취와 같은 세계화의 부정적 영향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하고 있어 절충점을 찾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홍윤오기자
yohong@hk.co.kr
■UNCTAD는 어떤 기구?
UNCTAD는 1964년 제네바에서 발족한 유엔상설기구로 개발도상국들의 경제개발촉진을 위한 국제무역 진흥과 선·후진국 간의 무역불균형 시정 등 남북문제 해결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주로 1차상품의 수급안정과 기술이전, 제조, 운수, 관세장벽 철폐 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1970-80년대를 통해 개도국들에 대한 관세장벽 철폐와 무역조건 악화를 역전시키는데 주역을 담당했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UNCTAD는 미국과 유럽 주도의 경제 블록화로 인해 중요성이 감소되고 개도국들만의 협의체로 전락할 위기에 봉착해왔다.
1996년 4월 남아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제9차 총회에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을 이유로 이 기구의 폐지주장이 나오기도 했으나 조직축소를 통해 존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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