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의 결정사항들에 대해 야구계 안팎의 비난이 거세다. KBO이사들인 8개구단 사장과 박용오 KBO총재가 야구발전을 논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비난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개선이 아닌 개악뿐이라는 말까지 나온다.이사회는 19년간 프로야구의 버팀목역할을 해온 지역연고제를 지역감정 조장을 이유로 폐기하고 도시연고제를 채택키로 했다. 대변혁을 가져올 빅뉴스임에 틀림없다. 신생팀창단이 수월해지는 등 지각변동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꺼풀만 벗겨보면 무늬만 도시연고제일 따름이다. 신인전면드래프트제 도입이라는 도시연고제 선결조건이 해결되지 않은 탓이다. 벌써부터 「검은 빅딜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현대의 서울입성 대신 큰 시장을 독점해온 두산, LG(이상 서울) 롯데(부산·경남)에게 유리한 현재의 선수선발제도를 묵인키로 한 게 아니냐는 게 검은 빅딜설의 실체다. 한 야구인은 『눈가리고 아옹하는 것이지 그게 무슨 도시연고제냐』고 일침을 놨다.
더 우스운 것은 SK의 신규선수확보방안이다. 쌍방울을 제외한 7개구단은 신인, 자유계약(FA)선수, 외국인선수를 뺀 25명의 보호선수외에 1명씩을 SK에게 양도하도록 했다.
억지로 프로야구에 참여키로 한 SK는 지난해 2할승률에 그친 쌍방울선수들만 데리고 꼴찌나 하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지난 시즌 쌍방울때문에 관중이 떨어져 나간다고 입에 거품을 물었던 게 사장들이다. 이제와서 신생팀이 잘되는 꼴을 보지 못하겠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구단사장들은 프로야구선수협의회가 출범하자 「시기상조론」을 입버릇처럼 말했다. 쌍방울이 없어지는 마당에 무슨 선수회냐는 것이었다. SK창단과 야구발전을 위해서는 선수회를 유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른 한 야구인은 『후안무치한 결정을 하고서도 선수회를 거론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고 분개했다.
최근 한국일보 홈페이지에 오른 한 네티즌은 프로야구와 정치의 공통점을 희화적으로 비교해 눈길을 끌었다.
▲첫번째 공통점은 지역연고제다(롯데-PK, 삼성-TK, 한화-충청, 해태-호남 vs 민주당-호남, 한나라당-영남, 자민련-충청)▲노조가 없다▲총재가 있다(박용오·KBO, 김대중·민주당, 이회창·한나라당, 이한동·자민련)▲다른 조직으로 자주 이적한다▲방출(퇴출)당하기도 한다▲은퇴도 한다▲조직이름이 비교적 자주 바뀐다(국민회의-민주당, 신한국당-한나라당 vs 태평양-현대, MBC-LG, OB-두산)▲주로 재벌들이 돈을 댄다▲출전(공천)은 감독(보스)이 사실상 100% 결정한다. 총재와 사장들이 네티즌의 냉소적인 글을 읽고 무슨 생각을 할지 정말 궁금하다.
정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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