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다큐의 장인」 박수용 PD가 또 두 편의 야심적인 다큐멘터리를 선보인다. 1998년에 시베리아 야생호랑이의 생생한 모습을 담아 생태 위기 문제를 제기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시베리아, 잃어버린 한국의 야생동물을 찾아서」 이후 2년 만이다. EBS는 17일(목), 18일(금) 오후 8시 「수리부엉이」와 「한국 야생 호랑이의 흔적을 찾아서」를 각각 60분 동안 연이어 방송한다.박 PD가 새로운 소재로 택한 「수리부엉이」는 천연기념물 324호. 일본을 제외한 연해주, 한국, 만주 등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새로 세계에서 가장 큰 부엉이 중 하나다. 앉은 키만 80㎝이고, 날개를 쫙 펴면 160㎝가 넘는다. 우리나라에 칡부엉이, 솔부엉이, 올빼미 등 10여 종의 부엉이가 서식하고 있지만, 수리부엉이는 이 땅에서 태어나서, 이 땅에서 생을 마치는 유일한 텃새 부엉이다.
경남 김해의 부엉이골에 서식하는 어미 부엉이, 새끼 부엉이 3형제 등 수리부엉이 한 가족의 생태를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사계절에 걸쳐 카메라에 담았다.
새끼 부엉이가 탄생해 수컷을 따라다니며 사냥을 배우는 장면, 병아리 같은 새끼들이 쥐를 통째로 삼키며 부엉이로 커가는 과정, 부엉이가 어둠을 이용해 토끼를 기습사냥하는 모습 등이 펼쳐진다. 부엉이 어미와 새끼들이 사고로 죽은 또다른 새끼 한 마리를 잡아먹는 장면도 담았다.
촬영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조명. 수리부엉이가 주로 밤에 활동하기 때문에 조명의 거부감을 어떻게 없애느냐가 관건이었다.
적외선 카메라를 부분적으로 동원하기도 했지만, 부엉이가 잘 나타나는 곳에 조명을 고정 설치하고 변화의 차이를 느끼게 하지 못할 정도로 서서히 조도를 높여 원래의 불빛처럼 인식시켰다고 한다. 이런 과정만 한 달이 걸렸다. 대부분 촬영이 밤에 이루어져 제작비 4억 9,000만원 중 1,900만원이 조명비로 사용됐다.
18일 방송되는 「한국 야생 호랑이의 흔적을 찾아서」는 4년에 걸쳐 한국 야생 호랑이의 생존 가능성을 추적하는 과정을 담은 탐사 다큐멘터리다.
98년 10월부터 99년 2월까지는 시베리아 야생호랑이 생태 전문가인 발로제, 갈리나 박사 부부가 장기 체류해 제작진과 함께 강원도 화천 등 몇 곳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호랑이 흔적과 수많은 제보의 진위 여부를 추적했다.
제작진이 검증한 바로는 호랑이의 흔적이라고 떠들썩하게 보도가 되기도 했던 흔적들은 대부분 개의 발자국이라는 것. 물론 호랑이가 서식하지 않는다고 단언 내리지 않지만 박 PD는 호랑이의 생존 여부에 대한 관심보다 이에 상응하는 호랑이 생태와 보호 방법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결론 내린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만남] EBS 박수용 PD "바람소리 100가지도 넘어요"
1996년 자연 다큐 「한국의 파충류」로 제 32회 한국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 99년 「시베리아, 잃어버린 한국의 야생동물을 찾아서」로 한국방송프로듀서상 작품상 및 올해의 프로듀서상, 제35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작품상 수상… 박수용(35) PD는 그러나 화려한 수상경력 이면에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다.
-수리부엉이를 소재로 택한 이유는
자연을 하나씩 탐구해 가는 과정일 뿐 다른 동물에 비해 특별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택한 것은 아니다. 아무리 하찮은 동물이라도 깊이 들여다보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 의미를 다 지니고 있다.
-「수리부엉이」의 촬영 기간은 10개월이지만 총 제작기간은 6년이라는데
카메라를 들고 나간다고 그냥 찍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서식지, 활동지역 등 세밀한 부분은 어디서도 알 수 없다. 오직 관찰 뿐이다. 이번 수리부엉이는 94년 물총새를 찍을 때 처음 봤다. 그 이후로 틈날 때마다 그 지역으로 가서 관찰해 왔다.
-자연다큐멘터리 제작의 매력은
산에 들어가 있다 보면 바람소리도 100가지가 넘게 들린다. 자연에는 인간의 사고를 넘어서는 더욱 깊고 새로운 세계가 있다. 그 매력을 TV로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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