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를 갓 탈출한 우리 경제에 「원고(高)-엔저(低)」태풍이 몰려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1,100원대로 급락하는 등 원화강세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엔화가치까지 급락세로 돌아서면서 수출전선에 빨간 불이 켜졌다. 주식시장도 원고·엔저의 영향권으로 빠져드는 분위기다.■ 불안한 환율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밀려들면서 급락 분위기로 반전, 지난 97년 12월1일 1,116.80원을 기록한 이후 처음으로 1,100원대로 떨어졌다. 외환은행 이창훈(李昌勳)외화자금부과장은 『경상수지 흑자지속과 외국인들의 활발한 주식매입 등 달러공급이 넘쳐나면서 환율의 추가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달러화에 대한 엔화가치도 급락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이후 일본의 경기회복 조짐과 함께 강세를 유지하던 엔화가 올들어 갑자기 약세로 반전, 109엔대까지 떨어졌다. 일본 정부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돈을 계속 풀겠다는 입장이어서 엔화약세도 대세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달러당 120엔대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 성장엔진이 꺼진다
원고·엔저로 수출업계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원고는 올해 한국경제의 최대 복병으로 손꼽혀왔다. 원화가치가 올라가면 대기업들의 수출이 위축돼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줄어들고 따라서 경제성장에도 급브레이크가 걸릴수 밖에 없다. 1월중 무역수지가 27개월만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이같은 우려는 점점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
그동안 급격한 원고에도 수출업계가 버텨온 것은 엔고때문. 엔고현상으로 일본과 경합관계에 있는 우리나라 수출품들이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고 수출이 증가하는 반사이익을 누렸다.
엔화약세가 지속되면 조선 가전 자동차 등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주요업종들이 치명타를 입게 된다. 한국은행은 엔화가치가 10% 하락(엔화환율상승)할 경우 우리나라 수출은 연간으로 12억달러가 줄어드는 반면 수입은 2억억달러가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나 무역수지는 10억달러, 경상수지는 13억달러 악화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따라 경제성장률도 0.16% 뒷걸음칠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시장에도 악재다. 엔화약세가 지속될 경우 실물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주식투자심리가 위축될수 밖에 없다. 특히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을 끌어 모으는데 크게 기여했던 원화 절상효과가 엔화약세로 희석되면서 외국인들도 우리나라 증시에서 서서히 등을 돌릴 가능성도 적지않다.
김병주기자
bjki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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