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동국대 졸업식에서 70대 시아버지와 40대 며느리가 나란히 만학(晩學)의 석사모를 쓴다. 이 대학 불교대학원에서 문학석사학위를 받는 김영수(金永洙·77)씨와 산업기술환경대학원을 졸업하는 며느리 이성숙(李聖淑·40)씨이다.남들은 인생을 정리할 때인 74세 나이로 1997년 대학원에 진학한 김씨는 3년동안 한번도 강의에 빠지지않았다. 졸업학점은 4.5점 만점에 4.38. 젊은 동창생들도 혀를 내두를 만큼 학구열을 불태운 결과였다. 1951년 행정고시에 합격, 30년 가까이 공직생활을 한 김씨는 『인생의 지혜를 계속 쌓고 생활의 보람을 찾기위해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넷째 며느리인 이씨도 시아버지를 따라 이듬해 대학원에 입학, 청정생산기술과 환경산업 분야를 연구했다. 이씨는 『시아버님의 격려로 공부를 끝낼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고, 김씨도 『살림은 좀 서툴러도 효성이 지극하고 학업동료로 말도 잘 통한다』고 며느리를 칭찬했다. 실제로 이씨는 원고지 1,000장 분량의 시아버지가 졸업논문을 워드프로세서로 재작성, 편집하고 교정작업까지 도맡았다.
김씨는 앞으로 집필활동을 할 예정이며, 이씨는 환경단체나 관련업계에서 일을 찾고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석·박사들 "他학문 추구…다시 학부로"
연세대 성균관대 등 각 대학이 10일 발표한 편입학 전형 결과, 공학박사와 의사가 법대에 들어가는가 하면, 사회학 석사가 의대에 합격하는 등 새로운 전문성을 찾으려는 이색합격자들이 쏟아져나왔다.
연세대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재료공학 박사출신으로 반도체분야 학술지 논문심사위원인 김재환(金宰煥·33)씨, 의사인 배영섭(裵榮燮·31)씨와 문창민(文彰敏·28)씨 등이 법학과에 합격했다. 또 서울대 사회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이수현(28·여)씨가 『의료사회학을 공부하고 싶다』며 의대에 편입학했고, 주택은행 상무를 지낸 김용록(金勇錄·56)씨도 문과대에 편입했다.
성균관대에는 공인회계사인 황재윤(黃在潤·47)씨와 김형남(金亨男·32)씨가 법대에, 미국 메릴랜드대 유기화학 박사출신의 이상호(李相昊·37)씨는 『전공분야와 연계 생명과학분야의 본격적인 연구를 통해 한국 수의학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며 건국대 수의학과에 편입학했다.
경희대에선 정세교(鄭世敎·32)씨 등 현직 한의사 3명이 의대에 합격했으며, 2명의 의사가 한의대에 편입하기도 했다.
연세대 민경찬(閔庚燦)입학관리처장은 『다양한 분야에서 보다 특화된 전문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며 『나이를 불문하고 끊임없는 배움이 필요한 것이 시대의 흐름』이라고 말했다.
정녹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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