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약진할 수 있을까. 무소속 바람이 분다면 정치판을 뒤흔들 태풍일까, 아니면 미풍에 그칠까.정치권에선 이번 총선이야말로 무소속 후보들이 기성 정치권의 「틈새시장」을 파고들 절호의 기회라고 전망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파(無黨派)유권자들이 역대 어느 선거 때보다도 두터운 층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여론조사 결과 무당파 비율은 지난 연말 21.3%였으나 지난달 24일 조사에서는 40.1% 로 급등세를 타 기존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같은 상황탓에 이번 총선에선 무소속 후보들이 출마 러시를 이룰 전망이다. 여야 3당에서도 무소속 후보가 각각 21명과 16명이 당선됐던 14대와 15대 총선보다 무소속의 약진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가에선 「무소속 변수」를 인정하면서도 선거전에 돌입하면 무당파중 상당수는 다시 주요 정당으로 흡수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무당파 비율을 무소속 후보 지지율로 곧바로 환산할 수는 없다』는 것.
무소속 바람의 중심지로는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과 반여비야(反與非野) 정서가 두드러진 대구·경북(TK) 지역이 꼽힌다. 현역의원의 대폭 물갈이가 예상되는 호남에선 친여 무소속 후보군들의 약진 여부가 관심사다. 현역 의원들 중 상당수는 『공천에서 떨어지면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며 배수진을 치고 있고, 공천레이스에 가담한 친여 후보들은 『당선만 시켜주면 민주당에 입당해 현정권의 개혁을 뒷받침하겠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표를 공략하고 있다. 더욱이 이 지역에선 『민주당 후보라도 「묻지마 투표」는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지역민심을 얼마나 반영한 공천을 하느냐에 따라 무소속바람의 강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TK지역은 한국일보 여론조사결과 무당파 비율이 56.7%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우선 자민련의 TK출신 의원들의 거취가 주목된다. 자민련이 민주당과 긴장관계로 돌아서면서 TK출신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은 줄었지만 L,K 의원 등은 여차하면 당간판을 떼어버릴 태세이다. 또 과거 향수를 앞세운 5·6공 인사들의 각개 약진도 주목의 대상. 장세동(張世東)전안기부장과 이종구(李鍾九)전국방장관은 구체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으나 대구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정호용(鄭鎬溶)전의원의 서구,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의 동생 전경환(全敬煥)씨의 달서 을 출마도 예상된다.
한나라당의 경우 현역의원간 공천경쟁이 불붙은 대구 달서, 경남 진주를 비롯한 영남권 상당수 지역구에서 공천 탈락자들의 무소속 출마가능성이 높다.
무소속 출마자중 군산의 강현욱(姜賢旭)의원과 울산 동구의 정몽준(鄭夢準)의원의 수성(守城)여부도 주목을 끈다. 강의원은 워낙 지역기반이 탄탄해 민주당측의 영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의원의 울산 동구는 민주노동당 이갑용(李甲用)전민주노총위원장의 출마가 거론되고 있어 「노-사대결」여부로 주목받고 있다. 여야의 한판승부가 예상되는 수도권에선 무소속 후보의 고전이 예상돼 2-3석만 당선돼도 이변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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