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흔들리고 있다.10일 열린 전경련 월례 회장단회의에는 20명의 회장단 멤버 가운데 과반수에도 미달되는 8명만이 나와 역대 최저 참석율을 기록했다. 특히 현대 삼성 LG SK등 주요 4대그룹 총수 가운데는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김우중(金宇中)전 회장이 사퇴한 이후 전경련 월례 회장단회의에 참석하는 총수들의 참석률이 갈수록 낮아지면서 재계의 주요 현안조차 제대로 논의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다 과반수미달 사태까지 빚게 된 것이다.
이날 회장단회의 참석자는 김각중(金珏中)전경련 회장대행, 조석래(趙錫來)효성 회장, 강신호(姜信浩)동아제약 회장, 박정구(朴定求)금호 회장, 이준용(李俊鎔)대림 회장, 장치혁(張致赫)고합 회장, 김석준(金錫俊)쌍용건설 회장과 손병두(孫炳斗)상근부회장등.
가끔씩 얼굴을 내밀던 정몽구(鄭夢九)현대 회장의 경우 지난해 11월 전경련 회장 추대 좌절소동 이후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비교적 출석율이 좋았던 손길승(孫吉丞)SK 회장은 9일 저녁 갑작스런 약속을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다. 구본무(具本茂)LG 회장은 지난해초 현대와의 반도체 빅딜 이후 전경련에 대한 불편한 감정으로 한 번도 얼굴을 내밀지 않고 있는 상태.
특히 전경련이 정기총회를 일주일 앞두고 있으나 이날 회의에서는 차기 회장선출 문제가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전경련 관계자는 『회장 후보가 미리 부상할 경우 자칫 지난해말처럼 정부로부터 압력이 가해져 선출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해 이날 회장 후보를 논의하지 않았으며 내주 정기총회 직전인 15일께 추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재계 내에서는 이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전경련이 과연 재계의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 것이냐는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월례 회장단회의의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간헐적인 전경련 비판 발언에다 정부에 맞서기를 꺼리는 대기업 총수들의 정서로 인해 전경련의 위상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박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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