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배사인 월트디즈니 코리아의 횡포와 이기주의가 한국영화 배급에까지 손을 뻗쳤다. 터무니없는 배급 수수료,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보다는 자신들의 배급망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한국영화를 이용하고 있다.디즈니는 26일 개봉 예정인 한국영화 「종합병원」(감독 최윤석)을 배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디즈니의 한국영화배급은 지난해 「댄스 댄스」에 이어 두번째. 막강한 배급망을 갖춘 직배사가 한국영화까지 맡아준다면 반가운 일이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속셈은 전혀 다른데 있다. 자사 영화가 없을때
다른 국내 배급사보다 월등한 배급망으로 한국영화를 배급, 두배 이상의 수수료를 챙기고, 지방배급라인에 자사영화가 없을 때 오는 공백과 스크린쿼터도 채워 불만을 달래겠다는 것.
디즈니의 경우 지난해 추석때 마땅한 작품이 없자 「댄스 댄스」를 배급하겠다며 생색을 냈고, 이번에도 1월 15일 개봉한 「비상근무」가 흥행에 참패, 단기상영으로 끝나자 3월 18일 자사영화 「허리케인」때까지는 빈손이 되는 배급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국영화 「종합병원」(AFDF 코리아, 누리 엔터테인먼트 공동제작)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코리아 역시 「연풍연가」와 「카라」를 비슷한 이유로 배급했다.
시네마서비스, 신도필름, 제일제당 등 국내 배급사의 한국영화 배급수수료는 4~7% 정도. 지난해 제일제당은 「질주」를 거의 무료로 배급하기도 했다. 「반칙왕」(시네마서비스 배급)은 4%. 반면 직배사는 최고 15%까지 수수료를 챙기는 횡포를 부리고 있다.
15%는 국내 배급사의 외화 최고 수수료에 해당된다. 「카라」의 경우 흥행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자 미리 3,000만원을 받는 미니멈 개런티까지 챙겼다. 「종합병원」도 국내배급사보다 두배 이상의 수수료를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흥행이 저조할 경우 제작사는 한 극장에 상영할 프린트 비용(편당 200만원)도 못 건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반면 직배사는 자기 배급망을 장악하면서 수수료도 더 챙긴다는 속셈에 가능하면 많은 극장에 한국 영화를 걸게 하고 있다.
한국배급사 관계자는 『자기 작품이 없을 때 극장이 다른 영화를 상영할 재량권마저 빼앗고 있다. 끼워팔기와 다를 것이 없다. 한국영화는 그 희생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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