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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업계 여성사업가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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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업계 여성사업가 1호

입력
2000.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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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벤처기업 현민시스템의 이화순사장(48)은 얼마전 한 중년남자의 방문을 받았다. 자신을 서울 명동 사채시장의 「큰 손」이라고 밝힌 이 남자는 『현민시스템이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소문났다』면서 『자금을 원하는대로 댈테니 동업하자』고 제안했다. 이사장은 남자의 요청을 정중히 사양했지만 회사가 유망기업으로 알려져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현민시스템은 지난해 매출 15억원, 직원수 21명으로 외형은 작지만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주식시장에서 「인터넷 벤처」라는 글자만 들어가면 무조건 황제주로 군림하던 시대는 끝나고, 사업영역과 내재가치에 따라 차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인터넷 장비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업체는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 성장률이 둔화하지만 컨텐츠 제공 업체는 시장이 성숙할수록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속도로가 깔리고 나면 건설회사 대신에 자동차 회사가 잘 나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교육, 여성, 자연 분야의 컨텐츠를 풍부하게 확보하고 있는 현민시스템이 최근들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회사는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회원 자격을 부여하는 투자자문회사 「스마트21 엔젤클럽」에 가입돼 있을 정도로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연내 코스닥 상장도 앞두고 있다.

현민시스템을 이끌고 있는 이사장은 우리나라에서 「정보통신분야 여성 사업가 1호」로 꼽히는 인물. 대학(이화여대)에서 사학을 전공하고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사회생활의 첫 발을 내디뎠다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취직, 남보다 한 발 앞서 컴퓨터의 무한한 가능성을 깨닫고 파고들었다.

컴퓨터에 어느 정도 자신이 생기자 아는 사람의 사무실 구석 한켠에 현민시스템이란 간판을 내건 때가 1988년. 당시엔 이 분야의 홍일점이어서 거래처에 나가면 『사모님말고 사장님이 오세요』하는 말을 많이 들었다.

정부 공공데이터베이스 구축이나 소프트웨어 개발 용역을 해주는 것으로 버티던 이사장에게 빛을 안겨준 것은 1992년 출시한 PC교육용 CD롬 「PC 길잡이 알짜배기 시리즈」. 초보자라도 컴퓨터에 깔고 따라하기만 하면 저절로 PC사용법을 알려주는 이 제품은 컴퓨터를 낮설어하는 주부와 중·장년층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지금도 한달 평균 1만장이 팔리고 있는 스테디 셀러다.

이사장은 벌어들인 돈의 대부분을 컨텐츠 확보에 투자했다. 한국 전통요리 시리즈인 「앞치마에 담긴 보람」, 국내의 자생식물을 망라한 「한반도 식물백과」 등 10여개의 CD롬을 냈고 천리안 하이텔의 PC통신에 여성법률구조, 육아정보 등 여성관련 정보를 8년째 제공하고 있다. 이사장의 원대한 계획을 모르는 사람들은 돈버는데 전력하라는 충고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사장의 생각은 다르다. 『지금은 시장규모가 크지 않지만 두고 보세요. 주부들이 컴퓨터와 인터넷을 자연스럽게 다루게 된다면 이들을 위한 정보(컨텐츠)를 제공하는 업체가 주목받을 겁니다. 인터넷 분야에선 남보다 앞서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이사장은 오는 24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스마트21 엔젤클럽」이 주최하는 투자 설명회에서 국내 최초의 온라인 쌍방향 영어교육시스템 사업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사업비밀이어서 아직은 자세히 밝힐 수 없지만 일반인들이 집에서 인터넷으로 대화하면서 영어를 마스터하게 해주는 방식』이라고 귀띔했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직업가이드] 컴퓨터 프로그래머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컴퓨터 운영자의 요구에 맞춰 각종 프로그램을 만들어주고 유지하는데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직종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알고 있으면 이화순 사장처럼 인터넷 벤처기업을 창업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려면 대학의 컴퓨터 관련학과에서 공부하거나 직업 훈련기관, 학원에서 관련 과정을 이수하면 된다. 국가기술자격제도인 전자계산조직 용응기사 1·2급, 정보처리기사 1·2급, 정보처리기능사 1·2급 같은 자격증을 갖고 있으면 취업에 유리하다. 요즘 컴퓨터·인터넷 산업의 호황으로 유능한 프로그래머에게는 스카우트 제의까지 들어온다.

컴퓨터업계 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체, 정부기관, 금융기관, 연구소 등 컴퓨터 시스템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기관에의 취업도 가능하다. 한국정보산업협회(02-780-0201),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02-586-3411)에서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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