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만 한 금융인이 중앙에도 여러명 있었으면 IMF 환란(換亂)은 피할 수 있었을텐데…』 전병구(全炳九·50) 농협 김천시지부장. 그는 김천 일대에서 「큰 머슴」으로 통한다. 주민들에게 편리하고 친절한 손발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의 업무능력은 결코 머슴 수준이 아니다. 시골농협에서 일하지만 능력은 선진금융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고객들이 그를 만나기 위해 별도로 마련된 지부장실을 찾으면 허탕을 치기 일쑤다. 그는 1년여전부터 지부장을 맡고 있지만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객장이나 외부에서 고객을 만나는데 보낸다. 누구나 농협김천시지부에 전화를 걸어 지부장을 찾으면 객장에서 직원이 「지부장님」 하고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또 농민들의 세세한 일상사까지 일선 단위농협조합장보다 더 잘 알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팍팍 튀는 아이디어도 남다르다. 그는 최근 농협의 뉴밀레니엄 1호 공제가입자로 미국에서 활약중인 프로골퍼 박지은양을 유치, 새삼을 시선을 모았다. 박양의 부친 박수남씨와 친분이 있는 사람을 통해 박씨를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1억원짜리 「한아름공제」등 모두 6건 1억5,000만원의 공제(보험과 비슷한 금융상품) 가입을 이끌어낸 것. 앞으로도 우승할 때마다 추가로 가입할 것을 약속받았다. 실적도 실적이지만, 농협의 홍보효과는 엄청나다.
전씨가 「큰 머슴」이 된 것은 94년 동구미지점장 시절부터. 지점장은 고객을 위한 봉사자란 의미에서 명함에 과감히 「큰 머슴」이라고 새기기도 했다. 직원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지만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키면서 하룻만에 수신고를 91억원에서 155억원으로 늘리는 「기적」을 연출하기도 했다.
요즘은 일본 홋카이도 지방 농민들이 실시하고 있는 「표고버섯 북소리 농법」을 도입, 김천지역에 보급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전 지부장은 『98년께 일본의 농업관련 잡지에서 홋카이도 지역 농민들이 천둥번개가 친뒤 표고버섯의 발아가 균일하고 성장이 빨라지는 것을 보고 북소리를 버섯재배에 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최근 관련 정보를 수집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천=정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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