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사랑은 온전할까? 지금 사랑이 겪고 있는 변화와 해체를 무대서 확인한다. 모두 국내 작가의 신작이다.극단 얼·아리의 「바이러스 10√2」. 여기서 이름을 가진 등장인물은 아무도 없다. 4명의 남자 배우와 2명의 여자 배우가 등장, 우리 시대의 갖가지 비정상적인 사랑을 연기한다. 근친상간, 동성애, 미혼모, 스토킹 등.
부인마저 도망 간 알콜중독자가 딸의 벗은 등에 나비 문신을 새긴다. 『울지마. 아빠가 널 지켜줄께』 라고 속삭이며. 실제 무대서는 딸을 대신하는 목각 인형의 등을 조각도로 새긴다. 근친상간의 암시다. 또 두 명의 여배우가 거실에서 대화한다. 『남자들의 사랑이란 다 똑같아. 여자들을 파괴하지』. 여인들끼리만의 사랑은 두 여배우의 포옹으로 연기된다.
무대 설치 또한 연기의 파격 못지 않다. 우선 극장의 벽면 전체를 유리벽으로 감싸고, 무대 가운데를 두 개의 대형 거울(높이 2.2㎙, 너비 5㎙)로 분할, 관객들은 연극과 자신의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다. 반투명 유리(미러 필름)를 설치, 보는 각도에 따라 투명과 불투명이 교차되도록 했다. 다시 말해 관객들은 연극을 보면서, 또 관람하는 자신의 모습도 볼 수 있다는 것. 국내 연극에서 이같은 시도는 최초.
이에 대해 연출자 윤영선씨는 『사람들의 시선을 획일화·양식화 시키는 사이버와 매스미디어 문화에 대한 연극적 반항』이라고 설명한다. 이 연극은 또 혜화동 1번지의 통상적 무대와 객석 위치를 완전히 뒤바꿨다. 이같은 연극을 왜? 윤씨는 『이 극을 보고 나면 참으로 따스한 사랑을 자신도 모르는 새 갈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목의 「10 루트 2」란 영어 love를 해자(解字)한 것. 그러므로 제목은 「바이러스 러브」가 된다. 김은숙 작. 27일까지 혜화동 1번지. 화~목 오후 7시 30분, 금~일 오후 4시30분 7시30분. (02)736_6238
아무 문제도 없어 보이는 평온한 가정. 그러나 아내가 어느날 새벽 깊은 한숨을 내뱉는다면? 중년부부의 위기를 다룬 극단 로얄시어터의 「별에서 들리는 소리」는 곤히 자고 있어야 할 부인 안지수의 한숨 소리로부터 출발한다.
남편 김정우는 라디오 방송국의 효과 담당. 연꽃 터지는 소리도 들을 정도로 예민한 그는 부인 안지수의 이해못할 한숨 소리에서 자기 존재의 위기를 감지하고 만다. 결혼 생활이 무의미해져가고 있다는…
골똘히 생각한 김정우는 이혼을 제안한다. 그러자 많은 이가 색안경 끼고 그를 보기 시작한다. 특히 안지수의 오빠 준호. 옛 애인과 사랑에 빠진 정우가 오히려 선수 친 것이라는 확신에 빠진 준호는 알고 지내던 잡지사 여기자 박진애를 회유, 매제의 뒤를 캐려한다. 그러나 실제 불륜은 없었다. 그렇다면 파국은 어떻게 왔나? 정우가 너무 자기 일에만 빠졌던 것이다.
이 연극 역시 무대 분할이 시도된다. 6개의 칸막이로 무대를 분할, 무대를 거실 사무실 등으로 재치 있게 나눴다. 김영무 작, 임수택 연출. 11~20일 알과핵 소극장. 매일 오후 4시30분, 7시30분. (02)745_8833
두 연극에는 대학로 연극인들의 위기 의식이 반영돼 있다. 「별…」의 연출자는 『뮤지컬과 코미디로 단순화돼 가는 풍토에서 연극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바이러스…」의 연출자는 『관객 위축에 움추러든 대학로 연극의 자기 존재 주장』이라고 말했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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