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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소각 호재인가

입력
2000.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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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자사주 소각을 검토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텔슨전자 주주동호회도 주총에서 이를 요구하기로 함에 따라 자사주 소각의 효과와 실현가능성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자사주 소각이란 기업이 주가 관리를 위해 여유돈으로 자기 주식을 매입, 폐기 처분하는 것. 이론적으로 가장 강력한 주가관리 수단이라는 데는 대부분 전문가들이 동의하지만 생각보다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고 나아가 대주주와 소액주주간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또 외국에서는 보편적인 주가관리 방법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기업환경 특성상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 이론적으로 가장 강력한 주가 관리 수단

자사주 소각의 주가 부양 논리는 발행주식수를 줄여 주식 가치를 높인다는 것. 파이(시가총액)의 크기가 일정한 상태에서 먹어야 할 사람의 숫자(주식수)를 줄이면 한사람당 돌아가는 양(주가)은 늘어나게 된다.

주식의 가치는 미래의 배당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것으로 정의된다. 발행주식수가 줄어들면 「주당순이익(EPS·순이익/주식수)과 자기자본이익률(ROE·순이익/자기자본)상승→향후 받게될 배당 증가→주식 가치의 증가→주가 상승」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LG증권 윤삼위 선임연구원은 『단순한 자사주 매입은 언젠가 매물압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배당실시는 일시적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자사주 소각이 가장 강력한 주가 관리 수단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지난 10년간 112억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 주가를 관리하는 등 해외에서는 이미 보편화돼 있다.

■ 국내 실현가능성은 낮다

자사주 소각이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생소하지만 해외 IR(기업설명회)을 많이 하는 대기업 관계자들은 늘상 들어오던 얘기. 포항제철 조재구 IR팀장은 『자사주 소각은 이미 해외 투자자들이 3~4년전부터 줄기차게 제기해오던 것으로, 우리 기업에 대해 주주라는 의식이 약한 해외 투자자들로서는 주가차익을 위해 적극 요구할만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조팀장은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일단 주총을 열어 3분의2이상 동의로 특별결의를 받아야 하는 절차도 까다롭지만 채권기관들이 동의를 해줄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 만일 채권기관들의 원리금 상환요청이 있을 경우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주식 소각을 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는 것.

■ 불확실한 효과에 자칫 대주주 지분만 높일 수도

우선 문제가 되는 것은 누구의 주식을 소각할 것이냐는 것. 고려대 경영학과 장하성교수는 『시장물량을 매입, 소각한다면 대주주 지분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고 반대로 대주주 지분을 매입, 소각한다면 대주주는 세금 한푼 안내고 주식을 처분하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자사주 소각이 주가 상승으로 직결된다고 단언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ING베어링 함춘승상무는 『발행주식수가 줄어 EPS가 올라간다해도, 주가가 상승하리라는 것은 도식적』이라며 『이는 EPS와 상관없이 주가가 등락하는 국내 여건으로 주식 가격과 주식 가치간 괴리가 외국에 비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삼성전자 무상소각 가능성은 불투명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지만 자사주 소각을 밀어붙일 가능성도 있다. 함춘승상무는 『삼성전자의 풍부한 여윳돈으로 다른데 투자할 바에야 국내 최초로 자사주 소각을 실시하면, 선점에 따른 프리미엄 주가상승 효과까지 얻고 외국인들의 요구도 일정 수용, 대외적 이미지 제고 효과를 거두려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의적 시각이 우세하다. 우선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액주주운동을 전개하는 참여연대의 입장이 부정적이기 때문.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도 맡고 있는 장하성 교수는 『삼성전자가 자사주 소각을 검토하고 있다면 구체적 방안을 들어봐야겠지만, 이같은 방식이 주가관리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가 불투명하고, 몇가지 점에서 그 의도가 의심스러운 점도 있다』며 『오히려 경영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적 변화가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 경영성과를 주가로 연결시키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부채비율이 삼성전자보다 훨씬 낮은 포철도 법률상 제약으로 못하고 있는 실정을 고려하면 삼성전자가 자사주 소각을 추진한다고 해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소각 검토설은 주총을 앞두고 외국 주주들에 대한 립서비스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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