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기간 민심의 현장을 다녀 온 정치인들은 화들짝 놀랐으리라 짐작된다. 지금 어디를 가나 들리는 얘기는 확 갈아치워야 한다는 것이다. 여당의 「안정론」 야당의 「견제론」 어디에도 근접해 있지 않은, 정치권이 헤아리지 못하는 민심이 도처에 널려 있다. 불행하게도 민심속에는 지역민 끼리끼리의 응어리진 정서가 포함되어 있는 것도 부인 못할 사실이다. 왜 이런 정서가 발현되는 것인지, 정치인은 물론 정치권과 「작용 반작용」의 인과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과 단체들은 이번 기회에 곰곰이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민심은 심상치 않은데 정국은 정돈되어 있지 않고 여전히 어지럽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당은 공천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치권이 민심을 제대로 읽는다면 종전과 같은 방식의 공천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당선가능성을 전제로 한 위에서 찍어 내리기식의 공천은 이번 선거에서 잘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선가능성만을 본다면 현역의원이 유리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민심은 무조건 「바꿔」에 있다. 누구 탓도 아니다. 그들의 업보다. 심지어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지역 여론조사에서 조차 현역의원 36명중 29명을 교체해야 한다는 반응이 나왔을 정도다.(한국일보 7일자 1면 보도)
선거법 처리시한이 다가왔는 데도 여야가 여전히 미궁속을 헤매는 것도 민심을 등돌리게 하는 요인중 하나다. 현재 국회에는 민주당안과 한나라당의 2개 수정안등 3개의 선거법안이 제출되어 있는데, 8일 저녁까지 여야간 타협이 안되면 3개의 안건 모두 본회의 표결에 넘겨져 부결될 판이다. 형식논리대로라면 현행 선거법으로 선거를 치러야 하는 정말 웃기는 상황이 올 가능성마저 있다. 여야는 선거법 처리를 더이상 미적거리지 말고 양보와 타협의 정신을 발휘, 이번 회기내에 선거법이 마련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지금으로서는 정치권이 가장 현명하게 대처하는 길이다.
선거에서 심판자 역할을 담당해야 할 중앙선관위가 확고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도 정국혼돈을 부채질하는 이유중 하나라는 지적이 있다. 정치권이 미적거린다고 해서 중앙선관위가 더불어 미적댈 이유는 없다고 본다. 이 와중에 벌써부터 돈 선거가 기승을 부린다는 얘기들이 나돌고 있는데,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선관위는 법을 어기는 사례가 있다면 상대가 누가 됐던 지적할 것은 마땅히 지적해야 한다. 선관위는 오로지 국민의 눈치만을 살펴야 한다. 선관위가 엄정한 심판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면 정국과 시국을 정리하는데 그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