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을 전후로 코미디언의 네명의 스타, 이경규 최양락 김국진 이홍렬이 유학이나 장기간 휴식을 마치고 브라운관에 동시에 복귀했다. 네사람중 시청자들에게 예전의 인기를 고스란히 회복한 스타는 단 한사람. 이홍렬(46)이다. 다른 세사람이 두세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과 달리 이홍렬은 SBS 「이홍렬쇼」 하나만 진행하고 있다. 정작 본인의 반응은 『이 바닥은 오늘 인기있다고 방심하면 내일은 추락한다』며 담담하다.유명 연예인 한명을 초대해 요리를 하면서 벌이는 토크쇼와 유부남들의 수다로 엮어지는 「이홍렬쇼」의 60분간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다른 데 돌릴 겨를를 주지않는다. 쉴새 없이 내뿜는 유머와 기발한 상황 연출, 그리고 사람들에게 한번쯤 되짚어 생각해 볼수 있는 의미를 내포한 멘트가 방송 내내 흘러나온다.
『방송시간 60분이지만 일주일 내내 이 프로그램에 얽메여 아이디어와 대사 그리고 출연자에 대한 공부로 시간을 보낸다』 1년6개월의 미국 어학연수 공백에도 프로그램을 안착시키고 연예계에서 퇴물취급 받기쉬운 40대중반에도 여전한 인기를 누리는 원인이다.
신문배달 소년에게 꿈이 하나 있었다. 텔레비전에 나온 구봉서 서영춘등 코미디언처럼 남들을 웃길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친구들이 대학으로 향할 때 그는 유흥업소에서 DJ를 전전했다. 업소에서 이름이 나자 1979년 TBC「달려라 청춘열차」게스트로 출연, 평소 꿈에 그리던 연예계에 데뷔했다.
그리고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영11」에서 구성진 변사역을 해내 시청자들에게 이홍렬이라는 이름석자를 새겨 놓더니 「일요일 일요일 밤에」「오늘은 좋은날」등에서 개그맨으로서 입지를 굳히고 프로그램을 이끄는 간판스타로 부상했다.
이홍렬의 코미디 색깔은 무엇일까? 뛰어난 그러나 꾸밈없는 입심과 자연스럽고 편안한 외모, 천진스러운 말과 행동, 다소 어눌하면서도 연륜이 묻어나는 재치로 무장한 것은 남녀노소에게 쉽게 다가가는 친근함으로 작용한다. 일부는 이홍렬에게 카리스마가 없다는 것이 약점이라고 지적하기도 하지만 그는 누구나 다가갈수 있는 친근함으로 극복한다.
오늘보다 내일을 준비하는 현명함도 있다. 그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1987년 뒤늦게 중앙대학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는가 하면 1993년,1998년에 두차례 외국어학연수를 떠났다.『공부안할 머리라고 안하면 영원히 할 수 없잖아요. 똑똑한 후배들이 많이 와 선배도 공부를 해야한다는 생각이었어요. 개그도 아는 만큼 하게돼있어요』
요즘 그는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면 가슴에 찬바람이 분다. 아내 박인규씨와 아들 재혁(12)재준(10)을 미국에 두고 혼자 귀국해 독신생활을 하기때문.『저를 위해 자기인생을 희생한 아내가 공부를 시작한다고 해서 승낙했어요』 미국에 있는 가족에게 이메일 전화로 가족의 정을 나눈다. 『일어나면 밥냄새가 풍겨나왔는데 혼자 차려먹어야하니 아내의 그동안 고생을 알겠어요』
우리도 한번쯤 30년동안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쇼를 진행하며 많은 사람의 사랑과 꿈 그리고 웃음을 선사한 자니 카슨같은 코미디언을 보고 싶다. 아마 그자리를 이홍렬에게 기대해도 될 것 같다./배국남기자 knbae@hk.co.kr
내가 본 이홍렬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의 사람으로 연기에도 서민스러운 그리고 친밀한 분위기가 풍겨난다. 토크쇼의 생명은 게스트로 하여금 편안함을 주고 이끌어 내고 싶은 말을 유도해야하는데 이홍렬씨는 이점에서 탁월하다. 출연자에 대한 연구와 특유의 친밀감으로 인해 대부분의 출연자가 자신의 속내를 주저없이 드러내놓는다.
방송중 하게되는 실수에 너무 집착하고 반복해서 생각하는 단점이 있다. 빨리 잊고 다음 연기를 해야하는데 실수를 하고 나면 부자연스러워진다. 또한 호불호(好不好)가 분명해 손해보는 경우도 많다. /김태성PD·SBS「이홍렬쇼」
◇주요 출연 프로그램
▲「달려라 청춘열차」(1979년·TBC)
▲「영 11」(1982년·MBC)
▲「밤을 잊은 그대에게)(1983년·KBS라디오)
▲「일요일 일요일 밤에)(1989년~1995년)
▲「오늘은 좋은날」「퀴즈 집중테크」(1993년 MBC)
▲「데이터쇼」(1994년 MBC)
▲「콤비 콤비(1995년 MBC)
▲「출발 토요대행진」(1996년 KBS)
「코미디 채널600」(1996년 MBC)
「TV전파왕국」(1996년 SBS)
「이홍렬쇼」(1996년 SBS·현재진행중)
▲「쇼 토요특급」(1997년 MBC)
「타임캡슐 대작전」(1997년 SBS)
▲1982년 MBC연기대상 코미디부문 신인상 1994년 MBC연기대상 코미디부문 최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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