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의 보수 인민당과 극우 자유당간의 연립정부 출범이 마지막 순간에서 급제동이 걸렸다.토마스 클레스틸 오스트리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오후 볼프강 쉬셀 인민당 당수와 외르크 하이더 자유당 당수 등 양당 지도부와 연정구성 승인에 관한 회담을 가진뒤 『양당의 정강정책을 검토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 며 연정승인 여부를 유보했다.
클레스틸 대통령은 또 양당이 제시한 각료인선과 배분문제에서도 이견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변인은 클레스틸 대통령이 연립정부 구성안에 대한 승인여부를 4일까지 보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보수·극우 양당의 정부구성은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지난해 10월 총선 이후 계속돼 온 정부 공백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하이더, 쉬셀 양당 당수는 연립정부 구성협정에 서명한 뒤 극우정당의 연립정부 참여에 따른 국제사회의 우려를 의식, 인권등의 민주적 가치를 존중할 것을 약속하는 성명에 서명했다.
대통령의 승인유보 결정으로 연정 출범은 일단 타격을 받았지만 이번 사태는 「하나의 유럽」을 추구하는 유럽연합(EU)에 새로운 정치적 실험과제를 던져줬다. 즉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등의 가치를 바탕으로 경제통합 뿐만 아니라 정치적 통합을 추구하는 EU가 과연 한 국가의 정치적 선택을 어디까지 간섭할 수 있느냐는 문제이다.
EU의 올해 순번 의장국인 포르투갈의 프란시스코 다 코스타 유럽담당 장관은 2일『오스트리아가 스스로 정치인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하더라도 타 국가들은 국가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고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요시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도 이날 『자유당이 오스트리아에서 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새로운 극우 민족주의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면서 『이러한 극우 움직임이 다른 EU 회원국에까지 확산될 경우 유럽통합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 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EU회원 후보국들인 폴란드와 헝가리, 체코등은 오스트리아에 대한 EU의 정치적 제재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하나의 유럽이 균열조짐을 보이고 있다. EU 집행위도 강경 일변도에서 한발 후퇴, 정치적 제재는 각 국가간의 쌍무적인 문제로, 오스트리아도 일단 EU회의에는 참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오스트리아는 이날 연정 구성의 막판 유보 결정으로 일단 외교적 고립이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외국의 압력에 반발하는 국내 여론도 만만찮아 최종 결과가 주목된다.
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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