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영주귀국한 사할린동포 60세대 120명은 2일밤 안산시 고잔지구에 새로 지은 「사할린 한인아파트」에서 고국의 첫밤을 맞았다. 아들 손자들을 떼놓고 온 것이 가슴아프지만 떠난 지 55년이 넘어 처음 밟는 고국땅의 흙냄새에 취해 잠을 설쳤다. 앞으로 매주 100명 안팎의 동포가 귀국하고, 조기귀국 사업 케이스로 들어온 82세대 164명의 입주가 끝나는 3월말이면 이 곳은 500가구 1,000명이 모여사는 제2의 사할린동포 사회가 된다.■이 아파트는 94년 두차례의 한일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사할린 문제 해결원칙에 따라 건립되었다. 일본정부가 아파트 500가구 분 건축비 32억3,000만엔을 부담하고 한국정부는 땅을 내놓는 조건이었는데, 우리 정부가 땅을 마련하지 못해 미적거리다 98년에 착공해 이제야 영주귀국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고령자 164명은 97년부터 귀국해 서울 인천 부천의 임대아파트에 기거하다 이번에 이곳으로 이주하는 것이다.
■이들은 생활보호 대상자로 지정돼 1인당 매달 15만원씩의 생계비, 주거비 명목으로 가구당 매월 15만원씩 받게 된다. 부부 한 가구의 경우 45만원 정도의 고정수입이 보장되고, 아파트 복지관에는 안산시가 마련하는 정착지원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어 자활의지가 있으면 얼마간의 돈벌이도 가능하다. 그러나 먹고사는 문제보다 그들을 괴롭히는 것은 제2 이산의 고통이다. 고국땅 밟아보기 소원을 이루고 나니 헤어지기 서러워 울던 가족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한러수교 이후 종교단체 사회단체 등의 주선으로 그동안 영주귀국한 동포는 500여명, 여기에 이번 귀국자 810명이 들어오면 1,300여명이 반세기 망향의 한을 풀게 된다. 그러나 정부주도의 첫 공식귀국 사업마저 대상자를 동포1세로 제한해 또 다른 이산의 고통을 강요하고 있다. 사할린동포 4만3,000여명 가운데 영주귀국 희망자는 1만2,000명(2, 3세 포함)을 넘는다. 2, 3세를 귀국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또다시 그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비인도적 조치다.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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