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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치장않고 느낌대로 불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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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치장않고 느낌대로 불렀어요"

입력
2000.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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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스파이스' 3집 내고 도약어떤 일이든 상황이 확연히 달라질 때가 있다. 아무리 때를 빼고, 광을 내도 티가 나지 않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멋져 보이는 때가 있듯이.

인디 출신 「델리 스파이스(Deli Spice)」 에게 3집 음반이 바로 그런 전환점이다. 3집 새 앨범 「고양이와 새에 관한 진실」 을 통해 그들은 언더그라운드에서 오버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 바로 그 시점이라는 것을 그들도, 팬들도 알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반응이 왔다. 98년 7월 일본 언더그라운드 문화 동호회와 신중현 카피밴드 「곱창 전골」 의 추천으로 일본 동경의 클럽 「쉘터」 「라마마」 에서 투어를 했으며 지난해 초 일본 후쿠오카에서 주최한 NHK FM방송 「좀 더 알고 싶은 코리아 뮤직」 에 한국 대표로 초청되기도 했다.

델리 스파이스의 음악은 『여기저기 모두 튀는 음악만 있어, 안튀는 델리의 음악이 오히려 튀게 보이는 것 같다』 는 멤버들의 분석처럼 자기색이 확실하다. 산뜻한 모던록이면서도 그 안에 할 말은 다한다. 음악적 실험, 크로스 오버 등 장황한 설명이나 수식은 없지만 티나지 않게 세상의 흐름을 흡수한다.

『누군가가 강요해서가 아니라, 그랬다면 오히려 안했겠죠. 하지만 정말 폭넓게 대중들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디정신에 충실한 이들의 음악에 대중이 접목됐지만 그것은 어느 한편으로 기울어지지 않으면서 균형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1집 테크노풍의 「노 캐리어」 「누가」, 2집 힙합 스타일의 「마이 웨이」, 랩을 가미한 「회상」에서 처럼 새로운 시도는 델리풍의 노래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3집에서도 그런 시도는 이어졌다. 사운드가 약간 거칠지만 젊은 분위기를 산뜻하게 자아내는 「이어폰 세상」, 최근 자주 인용되고 있는 보사노바풍의 「나랑 산책 할래요」 등 새로운 장르적 시도는 「델리풍 모던록」 에 어김없이 투항했다. 이한철, 사이드B, DJ Wrecks의 세션과 사물놀이 음반의 샘플링으로 월드뮤직 스타일로 다시 태어났다. 「나랑 산책할래요」 는 카림바, 마우스하프, 트렘펫 등 다양한 악기를 사용한 풍성한 사운드, 전면으로 부각한 보컬이 일품이다.

미디엄 템포의 타이틀 곡인 「고양이와 새에 관한 진실」 은 록 문법에 충실한 연주를 통해 우리 일상의 삶을 동물에 비유한 가사의 의미를 세련되게 전달한다.

「슬프지만 진실」. 4집을 관통하는 정서는 언더그라운드 음악이 이 사회에 「소금」 으로 존재하는 이유를 말한다. 기존의 것에 대한 반성을 가사를 통해 전달하기 때문. 그러나 그것이 교과서적이어서 식상한 상태로 전락하지 않는다. 인디밴드 중 「대중 포섭 전략」 이 가장 세련된 그룹으로 델리를 꼽는 이유가 있다.

효과음을 넣거나 소리를 덧씌워 소리를 치장하지 않았다. 느낌대로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자는 것이 이번 음반 작업을 하면서 가졌던 멤버들의 한결같은 대원칙이었다. 홍대 앞 클럽에서 연주하면서 만난 윤준호(29·베이스 보컬)와 김민규(28·기타 보컬)가 최재혁(24·외국어대 이탈리아어과 4년·드럼), 양용준(23·서울대 대학원 산업공학과 1년·건반)을 처음 만난 것은 2집 음반을 계획하면서. PC통신 모집을 통해 서로 만난 이들의 호흡은 이번 4집에서 더 척척 맞아떨어졌다. 「편견없이 음악을 할 사람을 구합니다」 이들에게 그때나, 지금이나 조건은 변함이 없다.

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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