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은행=굿뱅크(우량은행), 국내은행=배드뱅크(부실은행)」정부가 금융기관에 대한 창구개입에 나서면서 외국_국내 금융기관간 역(逆)차별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은 싫든 좋든 정부의 「지침」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처지지만 외국 금융기관은 「열외」 대접을 받고 있다.
이용근(李容根)금융감독위원장은 3일 은행, 증권, 투신, 종금, 생보, 손보 등 6개 금융협회장과 회동을 갖고 투신권 환매자금 유치를 위한 금융기관의 과당경쟁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각 금융협회장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수신금리 인상 등 자금유치 경쟁을 지양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금감위 관계자는 『무차별적 수신경쟁이 금융시장 불안 뿐 아니라 결국 역마진을 초래해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제동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금융기관들은 정부의 이같은 개입이 외국 금융기관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게 하는 조치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어차피 외국 금융기관은 정부의 입장과 무관하게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기 때문에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예금자보호한도 축소와 금융기관 2차구조조정 등을 앞두고 단 한명의 고객이라도 더 끌어들여야 하는 절박한 상황을 무시한 처사라는 주장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결국 국내금융기관은 「배드뱅크」, 외국금융기관은 「굿뱅크」라는 공식을 성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무한경쟁시대에 과도한 창구지도를 일삼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국내_외국 금융기관간 역차별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과정에서도 현실화하고 있다. 뉴브리지캐피털에 인수된 제일은행은 최근 워크아웃 기업인 갑을에 대한 채권단협의회에서 신규자금 지원을 거부했다. 종금사 지원을 위한 종금_은행간 짝짓기에서도 정부는 제일은행만큼은 「예외」로 인정해 줬다. 한빛은행 고위관계자는 『제일은행을 비롯한 외국계 금융기관의 공조이탈은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국내 금융기관만 더 큰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성대 김상조(金相祖)교수는 『제일은행 등 외국계 금융기관이 국내시장에 진입한 상황에서 더이상 정부가 국내 금융기관에만 「공공책임」을 강요하는 것은 무리』라며 『시장원칙에 따라 국내 금융기관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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