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오래오래 사세요』살인죄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광주교도소에서 12년째 복역중인 장기수 김모(32)씨는 새천년 첫 설날을 이틀 앞둔 3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교도소에 마련된 「부부 만남의 집」에서 자신 때문에 매일같이 눈물짓던 어머니의 고희연(古稀宴)을 가족들과 함께 치를 수 있다는 설렘 때문이었다.
김씨가 살인을 저지른 것은 1988년 7월. 당시 재수생이던 김씨는 버스매표소와 슈퍼마켓을 운영하던 부모의 일을 돕다가 말다툼을 벌이던 손님을 숨지게 했다. 이후 김씨 가족들의 삶은 엉망이 됐다. 아버지는 김씨가 구속된 지 1년6개월 뒤 암으로 숨지고 피해자측에게 거액의 위자료를 물어주는 바람에 가세도 급격히 기울었다.
노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아들 뒷바라지에 온갖 정성을 쏟았다. 매달 28일이면 아들을 면회하며 용기를 북돋워줬다. 그러나 명절 때만 되면 옥중에서 고생하는 아들 생각에 애간장을 녹여야 했다.
김씨는 이런 노모의 고생이 헛되지 않게 그동안 1급 모범재소자로서 성실하게 복역해왔다. 교도소에서 실시하는 각종 교육훈련에 자발적으로 참여, 이미 건설안전기사 1급자격증과 창호·건축도장 2급 기능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교도소측은 김씨의 모범적인 수감생활과 노모의 딱한 사정을 고려, 가족들과 함께 이번 설을 보내도록 배려했다. 5월에 70회 생신을 맞는 노모는 옥중의 아들과 함께 하기 위해 고희연을 앞당겼다.
김씨는 4일 만남의 집에서 어머니와 형, 두 누나 등 가족들을 만나 하루를 지낸 뒤 5일 설날 아침 어머니께 세배를 드리며 건강을 기원할 생각이다.
한편 법무부는 설날을 전후해 모범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설날 합동차례 지내기」 『「부부 만남의 집에서 가족과 함께 설 보내기」 「전화로 부모님께 세배하기」 등 다양한 행사를 갖기로 했다.
박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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