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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첸반군 그로즈니서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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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첸반군 그로즈니서 철수

입력
2000.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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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그로즈니에서 「두더지 작전」을 전개해온 체첸반군이 1일 전략적 퇴각을 공식 발표함에 따라 넉달을 끌어온 체첸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체첸반군의 그로즈니 철수로 러시아군은 제1차 체첸전 당시의 악몽을 되새기지 않고 순조롭게 체첸 심장부를 장악, 남부 산악기지에 대한 대규모 집중 공습 등 종전을 항한 마지막 작전에 돌입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로즈니에 주둔중인 러시아군 관계자는 1일 러시아군이 지난해 12월 25일 그로즈니 공격에 나선 이후 처음으로 그로즈니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그동안 낮에는 그로즈니에 진입했다가도 어둠이 깔리면 반군 저격수의 총구를 피해 퇴각하곤 했었다.

그러나 체첸반군의 그로즈니 퇴각을 보는 시각은 서로 엇갈리고 있다.

체첸 국방위원회의 모블라디 우두고프 위원은 『이번 철군이 계획된 것이며, 체첸전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로즈니를 포기했다고는 하나 남부 산악지대를 중심으로 러시아군을 끝없이 괴롭히는 본격적인 「게릴라 작전」에 들어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일부 군사 전문가들도 체첸의 퇴각이 곧바로 전쟁 종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군사 전문지인 영국 제인연감의 찰스 헤이먼은 『체첸군의 이번 철수는 다음 전략을 위해 현명한 조치』라면서 『체첸군이 산악지대로 숨어 들어간다면 전투는 한층 치열해지고 복잡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측은 이같은 견해를 일축했다. 이고리 세르게예프 국방장관은 『체첸군의 전략적 철수란 있을 수 없고 설사 그렇더라도 러시아군 포위망을 뚫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체첸전사 2,000여명은 1일 그로즈니 외곽 진지로 이동하기 위해 러시아군의 포위망을 돌파작전을 시도했으며, 러시아군은 탱크와 야포를 동원해 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측이 체첸퇴각을 계기로 승리를 자신하는 것은 최근 1달여 동안의 전과때문이다. 우두고프 위원이 인정했던 대로 체첸반군은 그로즈니 전투에서 방위군 사령관인 아슬람벡 이스마일로프를 비롯, 야전 사령관 2명과 레차 두다예프 그로즈니 시장 등을 잃었다. 체첸전사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러시아측은 앞으로 「외로운 늑대」라는 별명을 지닌 샤밀 바샤예프 체첸군 최고사령관을 적극 공략, 그야말로 「외로운 전사」로 몰아갈 계획이다.

지지부진한 체첸전황으로 수심이 그득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권한대행겸 총리도 체첸반군의 그로즈니 철수로 얼굴이 한결 밝아질 전망이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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