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2일 신년 기자회견은 4·13총선을 앞두고 다목적 포석을 담은 정국운영 비전이 엿보인다. 국민과 여당에는 총선 출사표를 던지는 동시에 당내에는 공천 등 총선체제의 당운영 과정에서 주도권을 확실히 행사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이총재는 우선 『지난 2년간 정부·여당의 실정과 정책혼선에 대한 국민의 냉엄한 심판이 내려질 것』이라며 이번 총선을 「현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로 못박은 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에 대한 김대통령의 지지발언을 논리적으로 공격하면서 그동안의 국정운영을 「독선과 독주의 정치」로 몰아붙였다. 특히 『권력자의 가족이나 측근이 나라살림을 좌우하는 행태』 『집권세력의 연고에 따라 주요 공직이 결정되고, 심지어 민간기업 인사까지 이래라 저래라 하고 있다』는 다소 거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올들어 시민단체의 선거운동 개입 이후 계속된 수세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해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의 악재를 다시 부각시키는 총력전에 나설 것을 암시하는 선전포고문인 셈이다.
이총재는 이와 함께 여권이 탈·불법 및 관권·금권선거를 부추기고 있다고 꼬집은 뒤 김대통령과 총리의 엄정중립, 제2건국위 해체, 선관위와 여야·시민단체 대표가 동시에 참여하는 범국민 공명선거실천기구 구성을 촉구했다. 총선을 앞두고 공명선거를 강조함으로써 선거에서의 「여권 프리미엄」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다만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에 대해서는 『정치개혁의 취지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면서도 『불법시비 논란이 되고 있는 낙천운동에서 벗어나 부정선거 감시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비켜나갔다.
이총재는 비주류에 대해서도 『모든 것을 총재가 좌지우지하던 구태를 타파하고 계파와 사적인 연고를 철저히 배제하는 엄정하고 투명한 공천을 할 것』이라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공천과정에서 다소 잡음이 있더라도 공세적 공천전략을 밀고 나가 친정체제를 굳히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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