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다』 말단 공무원이 서울시를 상대로 벌여온 10개월간의 송사(訟事)에서 승리했다.화제의 주인공은 「수도요금 납기 개선안」이란 독창적인 제안으로 서울시로 하여금 연간 115억여원을 벌게해 준 서울시 교통관리실 소속 김정하(金正河·36·9급·사진)씨.
서울시 상수도 사업본부 은평수도사업소에 근무하던 김씨는 1997년11월 기존의 수도요금납부 체계가 수도사용량 검침일로부터 납부일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심각한 세입감소를 초래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해결방안을 궁리하던 김씨는 검침일을 두차례로 나누는 것을 골자로 한 분리징수안을 마련, 시에 제출했다. 김씨의 개선안대로라면 평균 51일이나 걸리던 납부기간이 20일이상 단축돼 100억원이 넘는 세입증가가 가능했다. 또 김씨는 서울시 규칙에 따라 세입증가액의 10%에 달하는 창안상여금을 받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1998년 6월 「김씨의 제안을 채택하지 않는다」고 결정해놓고선 느닷없이 지난해 1월부터 김씨의 제안대로 분리검침·납부라는 새로운 수도요금납부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상부에 항의를 했으나 김씨에게 돌아온 말은 『김씨의 제안이 일본의 사례와 유사해 독창적이지 않으며 새로운 요금납부제는 시에서 오래전부터 연구해온 결과』라는 푸대접뿐이었다.
방송통신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김씨는 결국 시를 상대로 창안상여금 지급 청구소송을 낸 뒤 변호사도 없이 법원도서관에서 행정소송사례집을 찾거나 법률관련 인터넷사이트를 참조하면서 소송을 진행해왔다.
담당재판부인 서울 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이재홍·李在洪부장판사)는 1일 『김씨의 제안은 수도 검침부터 납기까지의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임으로써 수도요금 수입 증대를 가져온 점이 인정된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김씨는 『변호사 없이 법원도서관에서 각종 행정소송사례집을 찾거나 법률 관련 인터넷을 참조하면서 소송을 냈다』며 『이번 판결로 수많은 아이디어 개발에 노력하고 있는 동료 선·후배의 사기진작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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