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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선율' 집시음악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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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선율' 집시음악이 온다

입력
2000.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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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 바이올리니스트 로비 라카토시(35)가 이끄는 밴드의 첫 내한공연이 12일 오후 3시,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집시음악을 비롯해 브람스의 「헝가리 춤곡」·하차투리안의 「칼춤」 등 클래식, 라카토쉬 자신의 작곡·편곡 등 다양한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다.로비 라카토쉬 밴드는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도이치그라모폰에서 나온 그들의 음반 표지에 보면, 둥글넓적한 얼굴에 끝을 꼬아올린 수염의 사나이가 소파에 앉은 채 바이올린을 켜고 있다. 그가 바로 라카토쉬다. 그는 유명한 집시 바이올리니스트 야노슈 비하리의 7대 손이다. 비하리가 누군가. 베토벤이 존경했고, 프란츠 리스트가 『마법에 휩싸인 듯한 그의 바이올린은 이미 한껏 매료된 우리들의 귀에 눈물처럼 떨어졌다』고 이야기했던 전설적인 인물이다.

라카토쉬의 밴드 이름은 프랑스어로 집시를 뜻하는 「치간」이다. 라카토쉬의 앙상블 치간은 1986년부터 1996년까지 브뤼셀의 한 클럽에서 연주를 하면서 유명해져 세계 무대에 서기 시작했다. 앙상블 치간은 라카토쉬를 포함해 모두 5명으로 이뤄져있다. 그들의 악기는 전통적인 집시 밴드에 쓰이는 바이올린과 더블베이스, 침발롬(사다리꼴 나무판에 줄을 걸고 숟가락 모양 채로 때려서 소리내는 악기) 외에 피아노와 기타, 더블베이스이다.

라카토쉬는 타고난 집안 내력에다 헝가리의 바르토크음악원에서 공부한 덕분에 집시음악 뿐 아니라 클래식 음악도 잘 안다. 그의 연주 솜씨, 특히 왼손 피치카토(손가락으로 줄을 퉁겨 뜯는 것)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 놀랍다고 한다. 그의 음악은 집시의 떠돌이 기질에 걸맞게 클래식과 재즈, 집시음악의 멋진 결합이라는 평을 듣는다. 공연 문의 (02)585-2396.

■ 집시와 집시음악

집시는 1000년 이상 전세계를 떠돌아 다니는 민족이다. 9-10세기 경 인도 북서부에서 나와 근동 제국과 소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갔는데, 지금은 이베리아 반도에서 시베리아 초원, 호주, 남미의 고원에서 알래스카의 툰드라까지 세계 곳곳에 퍼져 있다. 그들은 예로부터 악사·곡예사·점쟁이로 유명하다. 떠돌이 생활을 하다보니 그런 직업으로 생계를 해결한 것이다.

전세계 집시 인구는 500만명으로 추산된다. 20세기 들어 많은 수가 정착했지만, 여전히 떠돌이가 많다. 집시는 곧잘 추방과 박해의 대상이 되어왔다. 특히 나치는 2차대전 중 많은 집시를 가스실로 보내 학살했다.

집시들은 유럽 음악사에 많은 흔적을 남기고 있다. 리스트, 비제, 브람스, 드보르자크, 베르디, 라흐마니노프, 바르토크 등이 집시 음악의 영향을 받았다. 얼른 떠오르는 음악만 해도 드보르자크와 브람스의 가곡집 「집시의 노래」, 라벨의 「치간」(집시를 가리키는 프랑스어), 사라사테의 「지고이너바이젠」(집시의 달, 「지고이너」는 집시를 뜻하는 독일어) 등이 있다. 집시는 오페라에도 자주 나온다. 가장 유명한 것은 비제의 「카르멘」일 것이다. 집시 여인 카르멘은 한 남자의 사랑에 구속되기를 거부하고 죽음을 택한다.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는 한 집시 여인이 귀족의 아기를 주술을 걸어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산 채로 화형되는 데서 비롯되는 복수극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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