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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 성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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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 성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입력
2000.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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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체내수정을 하는 전형적인 동물이다. 식물은 직접 자기 몸을 일으켜 특별히 마음에 드는 다른 식물의 꽃을 찾아가 꽃가루를 전달할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곤충이나 새 그리고 심지어는 박쥐의 도움을 얻어 수정을 이룬다. 자기 대신 좋은 여인을 만나 성관계를 가져달라고 꿀까지 바치며 청부업자의 몸 여기 저기에 꽃가루를 실어 보낸다.동물들 중에도 수컷이 구태여 암컷의 몸 속으로 정자를 넣어주지 않아도 수정이 되는 것들이 있다. 개구리와 두꺼비 등 이른바 양서류가 그렇고, 거의 대부분의 물고기들이 역시 그렇다.

어려서 시골에서 개구리들이 교접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 이들 중에는 그렇지 않다고 우길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들은 실제로 성관계를 갖는 것이 아니다. 수컷이 주는 자극에 충분히 흥분이 된 암컷이 물 속으로 알을 흘려내면 그 위로 수컷이 정자를 뿌린다. 많은 경우 주변에는 다른 수컷들이 있게 마련이고, 그 수컷들도 같이 정자를 뿌려대면 서로 다른 수컷들의 정자들간에 알을 향한 치열한 경주가 벌어지기도 한다. 물고기들도 정해진 구애과정이 끝나면 암컷이 알을 낳고 그 위에 수컷이 정자를 뿌리는 식으로 수정을 한다. 체외수정을 하는 대부분의 동물들은 한결같이 많은 수의 자식을 낳는다. 그리고 대부분 자식을 돌보지 않는다. 흥미롭게도 자식을 돌보는 경우가 간혹 관찰되는데 거의 언제나 아빠가 그 일을 맡는다.

최초의 시험관 아기가 탄생한 1978년을 시작으로 많은 불임 부부들이 귀한 생명을 얻었다. 이런 생명과학의 발달에 힘입어 근래 서양에서는 몇몇 인기 연예인들이 직접 성관계를 갖지 않고 정자만 제공해줄 남자를 찾는 일들이 늘고 있다. 미국에는 이미 명문 대학들의 게시판에 난자 구매광고가 붙는다고 한다. 미녀 모델들의 난자 판매가 곧 인터넷을 통해 시작될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국제 정자매매 시장도 최근 급속도로 성장하여 이미 그 규모가 1,000억을 넘는다고 한다. 인간도 바야흐로 체외수정을 하는 동물로 변해가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런 방법을 택할 것은 아니겠지만 성관계가 반드시 아이를 갖기 위한 전제조건일 필요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수정을 위해 반드시 성행위가 이뤄져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빈대의 수컷은 주사바늘과 같은 생식기를 지니고 있는데 그걸 가지고 정상적인 성행위를 하는 대신 아예 암컷의 배를 찔러 곧바로 난자에 자신의 정자를 주입한다.

흙이나 낙엽 속에 사는 작은 동물들 중에는 벼룩처럼 톡톡 튀는 톡토기라는 곤충들이 있다. 그들 중 몇몇 종에서는 수컷들이 정자를 주머니에 넣은 후 숲 속 여기 저기에 긴 대롱들을 세우고 그 위에 얹어 놓곤 사라진다. 얼마 후 암컷들이 나타나 정자주머니들을 수확하면 그걸로 톡토기의 성관계는 끝이 난다. 인터넷에 멋진 신상명세를 올려놓고 제가끔 정자와 난자를 팔고 사는 시대가 오면 우린 톡토기와 크게 다를 게 없을 것 같다.

최재천 교수(서울대 생물학과) jccho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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