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지지자는 크랙션을 울려 주세요」「21세기는 고어와 함께」.발목까지 빠지는 폭설에 온 산야가 설국으로 변한 뉴햄프셔 맨체스터시의 대로변에는 각 후보의 자원봉사자들이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각종 피켓을 들고 지지를 호소하기에 여념이 없다.
투표를 하루 앞둔 31일 낮12시. 뉴햄프셔의 주도(州都)인 콩코드시 주정부청사 마당에서 열린 공화당 존 맥케인 상원의원의 야외유세장에는 유세 30분전부터 1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나와 간밤에 내린 눈을 치우고 연단을 설치하느라 분주했다.
추운 날씨탓인지 정작 현지 주민은 50여명도 되지 않아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았지만 자원봉사자들은 주민들을 상대로 홍보물을 돌리며 열심히 지지를 호소했다.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근교의 클레어대 행정학과 3학년생인 로즈매리 유양은 『자원봉사를 하더라도 학점을 인정받는 것은 아니지만 전공에 도움이 될까봐 이곳까지 왔다』며 『항공편과 숙소편의는 학교에서 제공해주지만 식비는 자비부담』이라고 말했다.
유양은 맥케인을 지원하는 이유에 대해 『여러 후보중에 정직성이 가장 돋보이기 때문』이라며 조지 W 부시 텍사스주지사를 누르고 공화당 후보를 따낼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콩코드시 해외참전용사회원으로 맥케인을 돕고있는 제프 고데트씨는 취재진을 상대로 『맥케인과는 월남전 참전 전우여서 잘아는데 그는 성격이 과격한 게 아니라 불의를 보면 참지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이라며 변호에 열을 올렸다.
맨체스터시의 호텔과 여관도 투표 열흘전부터 각지에서 달려온 자원봉사자들과 취재진들로 모든 방이 동이 났다. 호텔식당에서 만난 50대의 줄리 홉킨스(매사추세츠주 보스턴시 거주)씨는 『대학시절 뉴욕 닉스팀의 농구스타였던 빌 브래들리를 좋아한다』며 『1주일전에 이곳에 와 홍보물 발송작업을 돕고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뉴햄프셔의 유세장마다에는 전국각지에서 몰려온 각 후보들의 자원봉사자들로 문전성시다. 가히 자원봉사자들의 세상이라 할 만하다. 각 선거캠프의 분야별 전문가들을 제외하고는 자발적인 지지자들이 궂은 일은 도맡고 있다.
때문에 선거비용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용은 별로 되지 않는다. 실제로 부시진영이 최근까지 사용한 전체 선거비용 2,028만달러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5.6%인 316만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선거비용의 대부분을 유급직원의 월급과 「인원동원비」등 인건비에 쏟아부어야 하는 한국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뉴햄프셔 예비선거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맨체스터(뉴햄프셔주)=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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