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專門)법원」의 기치를 걸고 1998년 설치된 서울 행정법원과 특허법원이 판사들의 잇단 퇴직으로 흔들리고 있다. 이와함께 지난해 서울지법에 설치된 회사정리 전문재판부인 파산부에서도 판사들의 사퇴가 잇따르고 있다.이와같은 전문법관의 줄사표로 사법인력의 전문화와 수준높고 전문적인 사법서비스 제공이라는 개원(開院)취지가 퇴색함은 물론 재판공백마저 우려된다.
서울 행정법원의 경우 지난해 11월 김정술(金正述)행정2부장이 변호사로 개업한 뒤 후임자가 충원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달 20일에는 임승순(任勝淳)행정4부장이 로펌행을 위해 명예퇴직했다. 재판을 이끄는 부장들의 사퇴로 현재 행정법원은 부장들이 품앗이로 다른 재판부 사건을 심리하는 대리재판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배석판사 중 최고참인 권은민 판사도 개인사정으로 사의를 표명하고 이달내로 국내 굴지의 로펌으로 들어간다.
다음달 대전으로 이전하는 특허법원도 사정은 마찬가지. 첨단과학기술의 획기적 발전으로 나날이 늘어나는 특허분쟁에 비해 인력수급이 원활치 않던차에 지난해 박승문(朴勝文) 조용식(趙龍植)판사가 로펌행을 결정한데 이어 지난달에는 안문태(安文泰)법원장이 용퇴(勇退)를 결정했다. 배석판사들의 사표수리를 두고 법원내에서 격론이 벌어졌다는 후문이다.
파산부의 경우는 더 상황이 심각하다. 지난해 9월 파산2부 나천수(羅千洙)부장이 로펌으로 거취를 정한데 이어 6개월도 안돼 후임부장인 소순무(蘇淳茂)부장이 명예퇴직을 신청했고 같은 부의 배석판사도 동반사퇴키로 했다.
이에 대해 서울지법의 한 판사는 『법관의 장기근무를 통해 전문화를 기하려던 전문법원이 일반법원보다 오히려 높은 퇴직률을 보이고 있다』며 『충실한 재판으로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으려면 법관들의 사기진작책 등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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