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고속도로 '저속시위'라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고속도로 '저속시위'라니…

입력
2000.02.01 00:00
0 0

가뜩이나 설을 앞두고 물동량 수송에 비상이 걸린 고속도로가 노조의 때아닌 차량시위로 극심한 체증을 빚었다. 전국운송하역노조가 31일 150여대의 컨테이너 차량과 승용차로 부산의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을 시속 20~30㎞로 저속운행하며 시위하는 바람에 교통대란이 발생했다. 부산뿐 아니라 서울, 인천에서도 같은 상황이 빚어졌다. 운송하역노조의 시위는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우암부두 노조 합법화 요구에서 비롯됐다.요구의 적법성을 따져 보기 전에 노조의 이런 무모한 시위가 국민생활과 국가경제에 얼마나 엄청난 폐해를 초래하는가를 우려하게 된다. 지금까지 국가의 대동맥으로 일컬어지는 고속도로에서 조직적인 시위가 벌어진 적은 없었다. 이번 시위는 방법에서 충격적이고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도 공감을 얻을 수 없다. 노조는 적법한 시위나 파업을 할 권리가 있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번 태업과 컨테이너화물 운송지연으로 수십억원대의 손실이 발생했으며,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환적화물이 외국부두로 옮겨 가 피해는 수백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선대부두에는 부산항운노조가 조직돼 있는데, 노조를 탈퇴한 조합원과 비조합원들이 민주노총 계열의 전국운송하역노조에 가입하면서 한 사업장내 두 개 복수노조 간의 갈등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현행 노동법상 산별연맹 등 연합단체인 노조는 복수노조가 즉시 허용되나, 사업장 단위의 노조는 2002년부터라야 복수가 허용된다. 회사측과의 교섭창구 단일화 등 준비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갈등은 부산항운노조가 가입돼 있는 한국노총과 운송하역노조가 가입한 민주노총과의 노·노 다툼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어 걱정된다.

이 불법시위는 불의의 국가적 대란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경부고속도로에서 허용된 최저 속도는 시속 50㎞이며, 최고는 100㎞이다. 불법시위를 주도한 노조 집행부에는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 운송하역노조는 정부가 노조승인을 미룰 경우 2일에도 총파업을 벌이고 서울에서는 쓰레기 수거를 거부하는 등 3단계 투쟁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사태가 이에 이르기까지 수습을 못한 당국도 책임이 크다. 당국은 이제부터라도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처하여 시민에게 불편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번 갈등으로 부산항에 대한 신뢰도까지 하락하고 있다고 한다. 운송하역노조는 이번 시위나 태업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 점을 헤아려 자중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