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는 떨어져 지내던 가족 친지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지난 일로 이야기꽃을 피우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지만 너무 길어지면 지루하고 남·녀, 어른·아이가 따로 놀기 십상. 이 때 민속놀이를 곁들이면 가족의 화목을 다지는데 금상첨화다.최근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놀이 백가지」라는 책을 펴낸 이철수(54)씨는 설날에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민속놀이로 윷놀이, 연날리기, 팽이치기, 널뛰기, 쥐불놀이 등을 추천했다. 이씨는 『가족 모두가 참여해 흥겹게 놀 수 있는 것으로는 역시 윷놀이가 최고』라며 『제기차기도 편을 나눠 즐기기에 적당하고, 연이나 팽이를 직접 만들어 가족간에 시합을 하는 것도 설날 분위기에 어울린다』고 추천했다.
시골을 찾는 도시 어린이는 평소 하기 힘들었던 썰매타기나 깡통 속에 말린 소똥을 넣고 불을 붙여 빙빙 돌리는 쥐불놀이가 아름다운 추억이 될 수 있다.
■윷놀이
장작윷, 말판, 말을 준비한다. 말판은 못쓰게 된 달력이나 두꺼운 도화지 위에 정사각형이나 원형으로 그리면 된다. 말은 돌, 바둑알, 동전 등으로 하는데 보통 네 개를 쓴다. 준비가 됐으면 두 사람 이상씩 편을 가른다.
윷을 위로 던지지 않고 굴리면 규칙에 어긋나며, 멍석이나 돗자리를 벗어나면 무효이다. 윷가락 하나에 물림도 표시를 해 뒤로 한 칸 후퇴하는 벌칙을 적용하면 더 재미있다.
■100점 따기 윷놀이
전통 윷놀이를 변형시킨 것으로 많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특징. 한 편에 10명 정도가 둘러 앉아 2명씩 조를 이룬다. 윷을 두 벌 준비해 윷 한 벌에 한 개씩만 물림도 표시를 한다. 각 편의 1번조에게 나눠주고 윷을 던져 점수를 계산한다. 8개의 윷가락 중 제쳐진 것 +1이 자기네 점수다. 만약 2개가 똑같은 면이 나오면 3점, 8개가 나오면 9점이다. 하나만 제쳐놓았는데 물림도가 나오면 10점이다. 1번조가 계속 윷을 던져 점수를 더해 나가다가 4점이나 6점이 나오면 딴 점수는 0점이 되고 2번조에게 인계해야 한다. 이렇게 조별로 돌다가 100점을 먼저 딴 편이 1등이 된다. 던지자 마자 4, 6점으로 무효가 된 조는 한 번 더 던질 기회를 준다.
■승정도놀이
양갓집에서 입신양명 과정을 말판으로 만들어 즐기던 전통놀이. 방식은 윷놀이와 비슷하다. 윷가락을 던져 탐관오리, 귀양, 사약 등이 나오면 뒤로 몇 칸 후퇴하든가 출발점으로 되돌아가는 등의 규칙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옛날 직제를 공부하며 창의력도 키울 수 있다.
■제기차기
한 발로 차되 찰 때마다 발이 땅에 닿아야 하는 막차기, 한 발로 차되 발이 땅에 닿지 않는 헐랭이, 두 발로 번갈아 가며 차는 양발차기, 진 사람이 술래가 돼 적당한 거리에서 이긴 사람에게 제기를 던져주면 이긴 사람이 날아온 제기를 힘껏 차서 멀리 보내는 종드리기 등 놀이법이 다양하다.
가족들이 함께 즐기기에는 동네제기가 제격이다. 여러 명이 둘러서서 한 번이나 여러 번 찬 후 「동, 네, 제, 기」라고 운을 붙이며 다른 사람에게 넘겨준다. 만일 넘겨받은 사람이 제기를 떨어뜨리거나 발이 아닌 다른 신체부위에 맞으면 술래가 돼 종드리기를 해야 한다.
■제기족구
인원과 장소에 따라 작은 배구코트를 만든다. 중앙선에 장대 2개를 세워 높이 1㎙ 정도의 줄을 연결한다. 한편은 2~6인으로 자유롭게 정할 수있다. 일반 족구처럼 한쪽에서 상대편으로 제기를 차 넣으면 세 번 이내에 다시 상대편으로 넘겨야 한다. 넘기지 못하면 상대편이 1점을 따게 된다. 이런 식으로 15점을 먼저 따는 편이 이긴다.
■가투(歌鬪)
이번 설날에는 화투 대신 시조나 그림이 있는 카드를 이용해 보자. 가투는 선조들이 즐기던 전통놀이의 하나로 초등학생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서점에 가면 현대감각에 맞게 변형시킨 48장의 시조카드 한 세트를 구입할 수 있다. 카드에는 현대시조나 고시조의 초장, 중장, 종장이 각각 실려 있다. 2-5명이 규칙에 따라 카드를 나눠 가진 뒤 각기 다른 카드 중 어느 한 편이 완성된 시조를 만들어 암송하면 이긴다. 순서맞추기, 넉장모으기 등 규칙이 다양해 가족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다.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 연휴기간 동안 전국의 궁과 능, 지방 유적관리소 등에 가면 널뛰기, 윷놀이 등 다양한 민속놀이를 즐길 수 있다. 문화재청은 4-6일 경복궁, 덕수궁 등 서울시내 4대 고궁과 종묘, 서울·경기지역의 14개 능·원, 여주 세종대왕유적관리소, 금산 칠백의총 등을 무료 개방한다. 이 곳에선 널뛰기, 제기차기, 팽이치기, 윷놀이, 투호 등 전통 민속놀이마당을 마련, 관람객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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