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는 가가례(家家禮)라 하여 집집마다 조금씩 다르다.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고유한 상차림이 있다면 그대로 따르면 예법이 되는 것. 하지만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진설(陳設·상차림)법은 있다.제례연구가인 황명자 대한주부클럽 상임이사는 『차례상 차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차례 지내는 사람의 정성』이라면서 『파인애플같은 요즘 음식이나 중국에서 들여온 음식은 조상에게 생소하므로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지만 부득이하다면 정성을 담아서 놓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 제사를 이끄는 사람(제주·祭主)이 신위를 바라보았을 때를 기준으로 설 차례상 차리는 법에 대해 알아본다.
병풍은 북쪽을 향해 치고 그 앞에 교의(交椅)를 놓고 지방(紙榜)이나 사진같은 신위를 올려 놓는다. 사진속 남녀 어른의 바른 위치는 남자가 왼쪽, 여자가 오른쪽이다.
간혹 신위를 상위에 놓는 예가 있는데 이는 결례. 이연자 한배달 우리차문화원장은 『차례상이란 조상이 드시라고 꾸미는 것』이라며 『신위를 상위에 놓으면 조상더러 상위에 앉아 음식을 들라는 격』이라고 말한다. 촛대를 신위에서 거리를 두어 걸리적 거리지 않게 하는 것도 같은 이치.
상은 보통 5열로 차린다. 1열에는 수저를 담는 대접인 시접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잔반과 떡국을 놓는다. 메(제삿밥) 대신 떡국을 올리는 것은 차례상의 가장 큰 특징.
2열에는 서쪽부터 국수 전 육적(고기 구운 것), 소적(채소 구운 것), 어적 (생선 구운 것) 등을 놓는다. 3열에는 육탕, 소탕(고기·생선을 넣지않고 끓인 국), 어탕 등 3가지 탕을 놓는다. 간소한 상차림을 위해 3탕을 합쳐서 합탕을 해도 된다.
4열에는 서쪽부터 포, 숙채(익힌 나물), 청장(간장), 침채(김치), 식혜순으로 놓는다. 식혜는 건더기만 담고 숙채는 고비, 시금치, 도라지 등 삼색 나물로 만들어 놓는다. 마지막의 과일열에는 붉은색은 동쪽, 흰색은 서쪽에 놓는다는 홍동백서(紅東白西) 원칙에 따라 밤, 배, 곶감, 약과, 강정, 사과, 대추순으로 놓는다. 아니면 조율시이(棗栗枾梨) 원칙에 따라 대추, 밤, 곶감, 배 순으로 놓아도 된다.
이밖에도 차례상을 차리는데는 몇가지 원칙이 있다. 생선을 동쪽에, 고기를 서쪽에 놓는다는 어동육서(魚東肉西), 생선을 놓을 때는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으로 향하게 한다는 동두서미(東頭西尾)가 있다.
상의 앞쪽 바닥에는 향로와 향합을 놓고 모사그릇에는 모래를 담은 뒤 소나무가지나 짚을 한줌 묶어 세운다. 퇴주그릇에는 제사 때 올렸다가 물린 술을 놓는다. 설차례에는 축문이 없다.
/이민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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