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인정되고 있는 언론에 대한 반론권은 언론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유일상(柳一相·신문방송학과)건국대 교수는 최근 발표한 「반론권이란」에서 반론권의 장·단점을 비교하면서 『대륙법보다는 영미법을 받아들이는 것이 반론권 남용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논문에 따르면 정기간행물법상 반론권은 「정기간행물에 의해 공표된 사실적 주장에 대해 피해를 받은 자가 서면으로 반론보도의 게재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이다. 신문 통신 방송은 공표후 14일 이내에, 이외의 정기간행물은 1개월 이내에 서면으로 책임자에게 반론을 청구할 수 있다.
반론권 개념이 도입된 1980년대에는 보도내용의 진실 여부와 허위보도 여부를 따져 정정을 청구하는 정정권과 혼란이 있었으나 1995년 법을 개정하면서 사실 여부에 관련없이 당사자가 자기입장을 설명하는 권리로 명확히 구분됐다.
우리나라 반론권은 대륙법, 특히 독일법을 원용했다. 프랑스는 1822년 출판법을 통해 반론요구를 접수 3일 이내에 게재케 하는 내용을 입법화했고 독일은 1831년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신문지법과 1874년 제국신문지법에서 반론권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들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언론중재위원회가 정정권과 반론권을 모두 사전에 중재하고 여기서의 중재결정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됨으로써 두 권리 사이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 이 논문의 분석이다.
이런 혼란이 반론문 게재를 언론의 고의·과실을 정정하는 것으로 잘못 이해시키고 있어 게재시 언론에게 큰 타격을 주고 언론자유도 심각하게 제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논문은 또 『반론권은 인격적 법익을 침해받은 자가 신속히 반박할 기회를 가짐으로써 언론에 의한 피해를 극소화하는 장점이 있지만 진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도 요구할 수 있는 청구권이라는 본질 때문에 남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정부기관이나 유력 종교기관, 저명인사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강화하는 차원에서 이 권리를 남용, 자유언론의 활동공간이 좁아지고 민주적인 여론형성과 민주사회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논문은 『권력이나 금력, 또는 행세하는 일부의 인격권 보호라를 작은 것을 얻는 대신 언론자유라는 더 큰 가치를 잃는 소탐대실』을 우려했다.
논문은 이같은 문제점을 줄이기 위해 미국의 반론권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미국의 경우 신문에 대한 반론권은 합헌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최근들어 거의 행사되거나 적용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대신 미국에서는 명예훼손적인 표현에 대해서만 언론의 손해배상액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도록 정정권을 인정하고 있다.
유교수는 『중재절차에 따른 정정권과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고 법규의 본질적 내용상 남용의 우려가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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