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인구 1,000만 시대가 됐지만, 90% 이상이 영어인 인터넷상의 정보는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머지않아 인터넷에 떠다니는 수많은 영어 정보를 자연스런 우리 말로 읽을 수 있게 될 겁니다』서울대 언어학과 졸업생과 학부생들이 설립한 「㈜언어과학」(대표 정회선·鄭會善·40)이 네티즌의 「영치(英痴)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영한자동번역기 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다.
1990년 12월 언어학과 대학원생 10여명이 만든 동아리 성격의 「언어공학연구실」로 출발한 「언어과학」은 우리말에 담긴 갖가지 정보를 분석해 이를 컴퓨터와 연결시켜 유용한 정보로 만드는 유일한 언어공학 전문 벤처기업. 번역 프로그램부터 신문 잡지 등의 낱말 퍼즐을 자동으로 만들어 주는 「퍼즐나라」, 자동번역에 기반해 실시간으로 인터넷상의 국내외 주식정보를 제공하는 「스톡캐스터」 등 그동안의 개발품 목록은 이들의 야심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좌절의 시기가 있었다. 96년 5년여의 각고 끝에 개발한 1세대 영한번역기의 상품화에 실패한 것. 세상물정에 어두웠던 데다 자금난으로 서둘러 제품을 내놓으려 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지금도 서울 용산전자상가 좌판 등에서 「서울대 언어공학연구실 개발」이라는 딱지를 달고 5,000원 정도에 팔리는 영한번역기를 보면 자식을 잃은 듯한 아픔을 느낀다.
하지만 실패는 오히려 소중한 경험이 됐다. 97년 8월, 졸업한 선배를 주축으로 정식 벤처기업으로 탈바꿈한 이 회사는 20여명의 언어학과 후배를 연구인력으로 받아들여 동문들끼리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 다시 한번 영한자동번역기 개발에 나섰다. 정도상(鄭道祥·40·언어학과 78학번)연구소장은 『일상어 처리가 자연스럽고 꼭 필요한 정보만을 걸러내는 촘촘한 그물을 곧 선보일 것』이라며 『앞으로 이공계뿐아니라 인문학의 정보산업 진출에도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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